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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뇌신경지도 완성 얼마나 걸릴까

입력 : 2014-04-18 20:03:20 수정 : 2014-04-18 20: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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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계연결 7000개 예쁜꼬마선충
커넥톰 지도 제작 12년 넘게 걸려
승현준 지음/신상규 옮김/김영사/2만3000원
커넥톰, 뇌의 지도/승현준 지음/신상규 옮김/김영사/2만3000원

“인간에게 웅대한 우주를, 그 높고 충만한 자연 전체의 위엄을 명상케 하라…그리고 이 거대한 궤도의 원주 자체도 창공을 떠도는 뭇 천체들의 관점에서는 극히 미세한 하나의 티끌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대해 경탄하게 하자.”

17세기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수학자인 파스칼은 무한한 우주 공간의 끝없는 침묵에 이렇게 두려움을 느꼈다. 하지만 이런 경외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 단지 우리 외부에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 지금 당장 우리 모두의 두개골 안에는 그 복잡성이 너무도 방대하여 어쩌면 무한할 수도 있는 기관인 뇌가 자리 잡고 있다.

‘커넥톰, 뇌의 지도’는 이 복잡한 뇌를 탐사하는 방법을 개념적으로 설명한다. 가장 기초적인 전제는 뇌를 ‘커넥톰(connectome)’으로 보는 것이다. 커넥톰은 신경계에 있는 뉴런들 사이의 연결 전체를 일컫는 말이다. 하나의 커넥톰이란 하나의 연결이나 여러 개의 연결이 아니라 연결들의 총체를 의미한다. 이것이 가장 먼저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우리 모두 유일무이하다는 것이다.

임신이 되는 순간 결정되어버리는 게놈과 달리 커넥톰은 평생에 걸쳐 변화한다. 뉴런들은 그들 간의 연결의 세기를 강화하거나 약화시키는 방식으로 그 연결을 조정한다. 

300여개 뉴런으로 이뤄진 예쁜꼬마선충(작은사진)의 커넥톰 지도. 이를 그리는 데 총 12년 이상이 소요됐다.
김영사 제공
또 뉴런들은 시냅스를 새로 만들거나 제거함으로써 재연결되며, 가지가 자라거나 축소됨으로써 재배선된다. 심지어는 재생을 통해 기존 뉴런은 제거되고 완전히 새로운 뉴런들이 생겨나기도 한다.

신경계의 연결이 고작 7000개에 불과한 예쁜꼬마선충의 커넥톰 지도를 그리는 데 12년 이상이 걸렸다. 인간의 커넥톰은 이보다 1000억배 이상 크다. 저자는 21세기 이전에 인간의 커넥톰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 장담한다. 이 과정에서 단 하나의 커넥톰을 발견하는 건만으론 불충분하다. 서로의 정신이 왜 다른지, 하나의 정신이 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화하는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여러 개의 커넥톰을 발견해서 비교해보아야 할 것이다. 이 노력은 결국 자폐증이나 정신분열증과 같은 정신장애의 근본 원인이 될 수 있는 신경연결의 비정상적 패턴들을 찾아볼 수 있다. 

마이클 쿠하 지음/김정훈 옮김/해나무/1만5000원
중독에 빠진 뇌/마이클 쿠하 지음/김정훈 옮김/해나무/1만5000원

‘커넥톰, 뇌의 지도’가 최신 뇌 연구 개념에 대한 설명이라면 ‘중독에 빠진 뇌’는 좀 더 실용적이다. 온갖 중독 현상을 발작이나 편두통 같은 뇌질환으로 보고 구체적 과정을 탐색하고 있다. 중독에 빠지면 뇌 깊숙한 곳에 숨어 있는 도파민성 중뇌변연계가 활성화된다. 이 부위는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성관계를 가질 때 활성화되는 곳이다. 즉 생존에 도움이 되면 기분을 좋게 만드는 식으로 보상해서 그 행위를 자꾸 반복하도록 유도하는 기관이다. 중독 현상에도 이런 보상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중독을 벗어나기 어려운 것도 이렇게 생존과 연관된 뇌 안의 보상 시스템과 연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약물 중독의 경우, 그 정도가 더 심할 수밖에 없다. 뇌 안에 침투한 약물은 시냅스에서 이루어지는 화학적 신호전달에 관여하며 이를 교란시킨다. 약물은 신경전달물질을 흉내 내는 방식으로 신경 회로를 방해한다. 이 때문에 망가진 신경전달은 왜곡된 행동을 만들어내고, 우리의 감각을 비정상으로 바꾸어놓지만, 뇌 자체에는 약물들을 조절할 어떤 메커니즘이 없다. 

인간의 뇌 구조. ‘커넥톰, 뇌의 지도’의 저자는 첨단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21세기 이전에는 인간 뇌의 뉴런 간 연결을 담은 커넥톰 지도를 그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뇌는 약물들의 활동을 다루거나 종결할 만한 어떤 방법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래서 약물에 의해 유도된 신호전달은 신경전달물질에 의한 신호전달보다 오래 지속되며 훨씬 강력하다.

그래서 중독된 뇌의 생화학적 구성은 점차 바뀔 수밖에 없다. 화학적 신경전달의 변화가 유전자 발현을 바꾸고 DNA를 둘러싼 단백질들까지도 화학적 변형을 일으켜서 이것은 거꾸로 유전자 발현의 변화를 일으킨다. 즉 한 번 달라진 뇌는 원래대로 돌아가기가 쉽지 않다. 결국 중독 치료는 생물학적 접근을 통해서만 그 메커니즘을 억제하거나 되돌릴 수 있다는 결론이 여기서 나온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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