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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귀농 꿈꾼 가족, 다섯살 딸만 남기고…

관련이슈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입력 : 2014-04-18 19:18:18 수정 : 2014-04-19 01: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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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가정 부부 제2인생 계획
감귤농사 하려 이사중 참변당해
여객선 세월호 침몰 당시 홀로 구조된 권모(5·사진)양은 귀농을 선택한 부모를 따라 제주도로 이사를 오다가 사고를 당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권양은 아버지(53)와 어머니 한모(29)씨, 오빠(6)와 함께 제주로 이주하기 위해 세월호를 탔다가 사고를 당했다.

제주에서 감귤 농사를 지으며 좋은 환경에서 자식들을 키우고 싶다는 게 이 부부의 오랜 소망이었다. 권씨는 베트남 출신의 한씨와 결혼한 뒤 악착같이 일했다고 지인들은 전했다. 부인 한씨는 권씨와 결혼하며 국적과 이름까지 바꿨다.

권씨의 지인은 “권씨가 결혼 전 개인 사업을 여러번 했지만 매번 잘 안 됐다”면서 “베트남 출신인 부인과 결혼하면서 더욱 더 악착같이 일했다. 공사장 막노동부터 안 해본 일이 없다”고 전했다. 그러다 권씨 부부는 5∼6년 전부터는 건물 계단 청소 일을 하기 시작했다. 꼼꼼한 일 처리가 입소문을 타며 권씨 부부는 최근 번듯한 개인 사업체까지 차렸다. 계단 청소 일로 돈이 모이면 감귤 농사를 위해 조금씩 제주에 땅을 샀다.

권씨는 오래전 제주에서 생활하다 서울로 옮기고 나서 다시 정들었던 제주로 내려와 감귤 농사를 지으며 살 꿈을 키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권씨는 제주에서의 생활이 정착되면 지체장애를 갖고 있는 교회 지인의 아들을 제주에 데려와 대신 키울 뜻까지 갖고 있었다.

제주시 한림읍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한 권씨는 부인과 자신의 주소를 지난달 18일 제주로 이전했다. 권씨 가족은 16일 제주도 귀농의 부푼 꿈을 안고 세월호에 올랐다. 악착같이 번 돈을 모아, 제주도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기 위한 첫 발걸음이었다. 하지만 딸 권양을 제외한 권씨 가족은 세월호가 침몰하면서 실종돼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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