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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바다에 날 뿌려달라… 저승서도 아이들 선생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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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4-18 18:21:43 수정 : 2014-04-19 16: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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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고 교감 숨진 채 발견
“200명의 생사를 알 수 없는데 혼자 살기는 힘에 벅찹니다.”

학생들과 함께 수학여행길에 올랐다가 여객선 침몰 당시 구조된 안산 단원고 강민규(52) 교감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18일 숨진 채 발견된 강 교감의 지갑에는 편지지에 손으로 쓴 유서가 들어 있었다. 강 교감은 유서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학생들에 대한 미안함과 심적 고통을 드러냈다.

그는 유서에 “나에게 모든 책임을 지워달라. 내가 수학여행을 추진했다”며 “내가 죽으면 사고난 바닷가에 시신을 뿌려달라. 죽어서도 이 아이들의 선생님이 될 수 있을까”라고 적었다. 강 교감은 “교장 선생님, 교육청 관계자들, 모두 죄송합니다”며 “여행간 선생님들 중에서 처녀 총각 선생님들이 많았는데 이렇게 돼서 미안하다”며 동료에 대한 미안함도 드러냈다. 그는 가족들에게 “어머니 죄송합니다. 아들·딸 공부 열심히 하고 엄마 말씀 잘 듣고, 부인 먼저가서 미안하고 힘내서 잘 살아”라는 마지막 당부의 인사를 남겼다.

학생, 교사와 함께 인솔 단장으로 수학여행길에 오른 강 교감은 세월호에서 구조된 뒤 자신만 구조됐다며 자책했다고 주변 교사들은 전했다. 강 교감은 지난 16일 헬기로 구조돼 인근 섬으로 옮겨졌다. 강 교감은 이 섬에서 어부에게 부탁해 고깃배를 타고 세월호 침몰 해역으로 이동, 구조장면을 지켜보다가 다시 육지로 나와 목포해경에서 사고 상황 등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사고 다음날인 17일 저녁 강 교감은 서남수 교육부 장관이 진도체육관을 방문했을 때 학생 가족들로부터 “어떻게 사고 사실을 부모들에게 먼저 알려주지 않았나. 당신은 뭐 했느냐”며 멱살을 잡히고 무릎을 꿇리는 등 모욕을 당했다. 강 교감은 학부모들에게 사과하려 했지만 격앙된 분위기 탓에 끝내 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3월1일 단원고로 부임한 강 교감은 학생들에게 다정다감하고 융화에 힘쓴 교육자로 알려졌다. 하지만 마음이 여린 편이고 당뇨가 있어 구조 당일도 저혈당으로 탈진하기도 했다고 주변 사람들은 전했다.

이날 영안실을 찾은 부인과 자녀는 강 교감이 잠들어 있는 모습을 본 뒤 믿기 힘들다는 듯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돌아갔다.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너무 마음이 여리고 착한 사람이라 죄책감을 이기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자살 소식을 전해들은 학교 관계자들은 당혹감에 휩싸였다. 학교 측은 강 교감의 사망과 관련 교사들과 학생들의 동요가 클 것으로 보고, 대기 중인 경기도 교육청의 모든 상담요원을 파견받아 심리 상담을 진행키로 했다. 단원고의 한 교사는 “평소에 책임감이 투철하고 남다른 교육철학을 갖고 계셨으며, 학생들을 매우 예뻐하셨다”고 말했다.

진도=이재호 기자, 안산=정선형 기자 futurnalis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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