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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부실한 운항관리자 제도가 낳았다

관련이슈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입력 : 2014-04-19 19:40:58 수정 : 2014-04-19 19:4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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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 이익단체인 해운조합에 내항여객선 안전관리 업무 맡겨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가 대형 참사로 이어진 요인 가운데 부실한 선원 교육이나 허술한 출항 전 선박 점검도 꼽힌다. 선원 교육과 출항 전 선박점검은 여객선사들이 조합원으로 참여한 한국해운조합에 위임돼 있다. 해운조합이 과연 이런 위임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고 있지는 문제제기가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해운조합은 선사들의 이익단체다. 이익단체가 선박의 안전운항에 직결된 요소인 출항전 점검업무를 담당하다보니 안전운항 관리가 부실하게 이뤄지고 이번 사고 같은 대형 참사를 낳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해운법 22조는 내각 여객선사에 대해 한국해운조합이 선임한 선박운항관리자로부터 안전운항에 대해 지도·감독을 받도록 하고 있다.

운항관리자는 해운조합이 채용하지만 해양경찰청으로부터 그 직무에 대해 관리·감독을 받는다. 또 그 자격 요건도 법으로 정해둬 아무나 맡을 수 없다.

해운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운항관리자는 3급 항해사, 3급 기관사 또는 3급 운항사 이상 자격이 있으면서 승선 경력도 3년이 넘어야 한다.

그러나 해운조합이 채용하다 보니 해운조합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다.

특히 이번 세월호 침몰사고 사례를 봐도 운항관리자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뚜렷하다.

해운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운항관리자는 내항 여객선사·안전관리담당자는 물론 선원에 대한 안전관리교육을 해야 하고 선장이 제출한 출항 전 점검보고서를 확인해야 한다.

또 여객선의 승선 정원 초과 여부, 화물의 적재한도 초과 여부를 확인하고 그 밖에 운항질서 유지 업무도 담당해야 한다.

구명기구·소화설비·해도와 그 밖의 항해용구가 완비돼 있는지 확인하는 일이나 출항 전 기상 상황을 선장에게 통보하고 현지 기상 상황을 확인하는 일, 선장이 선내에서 비상훈련을 실시했는지 확인하는 일도 운항관리자의 임무다.

이런 사항들은 모조리 세월호 침몰사고에서 '허점'으로 지적되는 부분들이란 점에서 결과적으로 부실한 운항관리자 제도가 이번 참사의 직접적 원인이 됐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선원들은 운항안전에 관한 교육이 이뤄지지 않아 위기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채 "선내에 그대로 있으라"는 안내방송을 되풀이하거나 승객들을 놔둔 채 먼저 탈출했다.

승선 인원이나 선적한 화물, 자동차의 양이나 숫자도 모두 엉터리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구명 뗏목을 비롯한 각종 구명기구 가운데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게 1∼2개에 불과했다는 의혹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결국 운항관리자가 이런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해경이 운항관리자의 직무에 대한 점검, 지도감독 맡도록 돼 있지만 실제 이런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았던 것이다.

해운조합은 2천여개 여객선사가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이익단체다. 해운조합 홈페이지를 보면 "조합원사의 권익 보호를 위한 정책 제안", "조합원사의 부담 경감을 위한 다양한 제도 개선" 등을 제 기능으로 설명해놓고 있다.

이처럼 조합원사의 이익을 대변하도록 돼 있는 조직이 채용한 운항관리자가 내항 여객선의 안전점검을 도맡도록 한 '시스템의 실패'가 결국 대형 참사를 부른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해수부는 이처럼 안전관리 업무는 해운조합에 '외주'를 주면서 여객선의 청결도나 편의성은 직접 평가해 포상을 했다. 더 높은 우선순위를 둬야 할 안전관리 업무가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 평가에서 공교롭게도 세월호의 선사인 청해진해운이 4차례나 우수선사로 선정됐다.

청해진해운은 올해 1월 '2013년도 연안여객선 고객 만족도 평가'에서 상위권 선사로 선정됐다. 조사는 전국 56개 선사, 137척의 여객선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청해진해운은 또 2006년 초쾌속선 부문 우수상을, 2009년 카페리 부문 우수상을, 2011년 종합 우수선사 부문 우수상을 탔다.

고객 만족도 평가는 해상여객선의 쾌적성, 편의성, 승무원의 친절도 등을 평가하는 사업으로 해운법 9조에 근거를 둔 법정 평가다.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여객선사에 불이익을 줘 선사 간 경쟁을 촉진시킨다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정작 선박운항의 기본이라 할 안전은 고객만족도 평가항목에 담겨 있지 않다. 그러다 보니 안전관리에 소홀해 대형 참사를 일으킨 선사가 우수선사로 선정되는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벌어지게 됐다.

생명을 좌우할 수도 있는 승객안전에 관한 사전 점검이 선내 화장실의 청결도 평가보다 뒷전으로 밀려나 있는 현행 제도가 대형 참사를 불러온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법한 것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현재 안전관리를 잘하는 선사에도 혜택을 줄 수 있도록 하는 해사안전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놨다"며 "선박의 안전관리 체계를 총체적으로 재점검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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