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예견된 비극" 하나 둘 풀리는 '침몰의 수수께끼'

관련이슈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입력 : 2014-04-20 10:51:16 수정 : 2014-04-20 10:51:16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세월(SEWOL)호' 침몰 사고가 발생한 지 닷새째가 되면서 그날의 진실, '침몰의 수수께끼'도 하나 둘씩 풀리고 있다.

경험이 부족한 신참 항해사가 고위험 항로에서 첫 운항지휘를 한 사실을 비롯해 대타 선장, 선체 결함, 노후 선박 증축, 선원들의 도덕적 해이, 형식적인 입·출항 관리와 안전 교육, 허술한 초동 대처 등이 한꺼번에 버무려지면서 예견된 비극이라는 지적이다.

◇선장은 대타, 신참 항해사는 위험항로 첫 지휘

검·경 합동수사 결과 사고 당시 500명 가까운 승객과 선원이 탄 대형 여객선의 운항을 책임진 이는 베테랑 선장도, 2등 항해사도 아닌 막내 3등 항해사. 그것도 입사한지 6개월 밖에 되지 않은 신참이고 특히 맹골수도(孟骨水道)에서 운항 지휘를 한 건 처음인 것으로 드러났다.

맹골수도는 진도군 조도면 맹골도와 거차도 사이 항로로 명량대첩지인 울돌목 다음으로 조류가 거세 해마다 3∼4건의 해상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해운업계에서 일찌감치 '위험 항로'로 지정한 이유다.

선장도 원래 선장이 휴가간 사이에 투입된 이른바 '대타 선장'. 사고 시각 원래 선장이 지휘하고 대타 선장일지라도 침실로 가지 않고 만일에 대비, 조타실을 지켰더라면 하는 때 늦은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조타기 이상 작동' 선체 결함

"조타기가 유난히 빨리 돌았다. 방향을 바꾼 뒤 중립에 놓았는데 뱃머리가 갑자기 돌면서 키가 정상작동하지 않았다." 조타수 조모(55)씨의 진술은 선박의 기계적 결함을 시사한다.

보름 전 기록된 '수리일지'에도 '조타기에 문제가 있지만 근본 원인을 해결하진 못했다'고 적혀 있어 기계 결함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2년 전, 세월호를 한국에 매각한 일본 선사 측도 "기계 고장이 잦았다"고 인정했다. 기름이 새는 사고도 한 차례 있었고, 엔진의 노후화도 곳곳에서 발견됐다.

맹골 해역에서 최근 6년간 발생한 15건의 조난 사고 중 정비 불량과 운항 부주의가 각각 7건씩으로 가장 많은 점도 세월호 참사와 공교롭게 닮은꼴이다.

◇'나 먼저 탈출' 윤리의식 바닥

1차 구조자들을 태우고 팽목항에 도착한 선박은 조도면 급수선 707호. 구조자 47인 가운데 선원이 10명, 승객이 37명이었다. 이후 2, 3차 구조에서 선원의 모습은 없었다. '승객 대피를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지침을 어기고 나 먼저 탈출한 것이다.

1등 항해사는 배의 우측, 2등 항해사는 좌측을 맡아 탈출 지휘를 하고 조타수와 기관사는 배 양쪽의 구명정을 투하하도록 매뉴얼에 명시돼 있지만 철저히 무시됐다.

한 해상운송 전문가는 "선장 마인드가 '오랜 과거'에 고정돼 있다. 선장이 승객을 포기한 채 먼저 탈출하고 신분까지 속인 것은 심각한 도덕적 해이가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풀 건 잠그고, 잠글 건 풀고'

사고 원인 중 유력하게 거론되는 게 급선회(과잉회전)에 따른 화물의 쏠림. 하역 과정에서 과적 화물이 제대로 묶이지 않은 채 실렸고 배가 무리하게 회전하는 과정에서 이들 화물이 한 쪽으로 쏠리면서 침몰을 유발했다는 주장이 여러 승무원과 화물기사들의 증언을 통해 속속 확인되고 있다.

"'꽝'하는 소리와 함께 배가 급격히 기울었다"는 증언들이 나온 배경으로도 관측된다.

반면 승객 탈출 과정에서 손쉽게 펼쳐져야 할 구명정은 44개 중 단 2개만 정상 작동했다. 팽창 여부, 가스입력 장치, 자동이탈장치 등 10가지에 대한 정기검사 결과 모두 '정상' 판정을 받았지만 정작 꼭 필요한 때는 '비정상' 작동한 것이다. 세월호의 구명정은 모두 20년 전 일본에서 제작된 것으로 평소 점검이 부실했던 사실을 자인하고 있다.

◇선원 안전교육 '남의 일'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은 10일마다 소화훈련과 인명구조, 퇴선, 방수 등 해상 인명 안전훈련을, 3개월마다 비상 조타훈련을, 6개월마다 충돌, 좌초, 추진기관 고장, 악천후 대비 등 선체손상 대처훈련과 함께 해상추락 훈련을 하도록 돼 있지만 말 뿐이었다. 당국의 지도감독이 의무사항이 아니다 보니 꼼꼼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청해진해운이 지난해 안전교육 등 선원 연수에 쓴 비용은 1인당 4100원. 총액으로 따지면 1년 전보다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경영난이 이유라지만 감사원 감사 결과 지난해 1년 동안 '접대비'로 지출한 돈은 6000만원으로 2012년보다 20%나 늘었다.

◇독이 된 노후 선박 증축

세월호는 1994년 일본에서 건조됐으며 18년 간 가고시마와 오키나와 구간을 카페리 여객선으로 사용된 후 중고로 한국에 매각됐다. 이후 증축을 통해 승선정원이 804명에서 921명으로, 무게는 6586t에서 6825t으로 239t이 각각 늘었다.

조타수 박모(61)씨는 "선박의 선미 부분 증축으로 무게 중심이 높아졌다. 승용차로 치면 차량 지붕에 짐을 잔뜩 싣고 운항한 셈"이라고 말했다. 침몰 직전 급선회 과정에서 선체균형이 무너진 요인으로 꼽히는 이유다.

지난 2009년 25년인 여객선의 사용연한이 30년으로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해운법 시행규칙이 개정된 점도 노후 여객선 수입의 길을 넓혔고, 결국 규제 완화가 참사를 불러오는 한 요인이 됐다는 지적이다.

◇초동 대초 '허둥지둥'

국가적 재난임에도 초동 대처는 낙제점에 가까웠다. 콘트롤타워는 탑승객 수부터 허둥지둥했고 부처간 의견은 엇박자 일쑤였다. 비상 매뉴얼이 제대로 지켜졌는지에 대한 의구심도 크다. 배가 이미 기울기 시작한 뒤에야 조난신고됐고 경보를 발령한 뒤에도 구조작업은 만시지탄에 그쳐 선체 진입을 통한 구조는 더디기만 했다.

해난구조대와 잠수부 투입 시기도 '늑장 논란'을 낳고 있다. 침몰 직전임에도 "객실에 남아 있으라"고 선내 방송은 시종 도마에 오르고 있다. 수학여행은 150명 이내로 보내도록 권고됐음에도, 325명이 한꺼번에 배를 탄 점도 매뉴얼을 무시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뉴시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