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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서 또다시 반외국인 정서 노출

입력 : 2014-04-20 13:18:43 수정 : 2014-04-20 13: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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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행사에 네티즌 노골적 반감…총리, 우려 표시
싱가포르에서 또다시 반외국인 정서가 노출돼 외국인 비율이 높은 이 나라의 반외국인 감정이 악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필리핀 교민단체가 시내 광장에서 독립기념 행사를 열기로 한 데 대해 일부 네티즌들이 전례 없이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필리핀독립기념위원회(PIDCS)는 스페인으로부터의 독립 116주년을 기념해 오는 6월 행사를 열기로 하고 최근 이에 대한 공고를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렸다.

이 단체는 행사 로고에 싱가포르의 대표적 건물인 '마리나 베이'의 윤곽을 포함하고, 포스터에 '두 나라' '상호 의존' 등의 문구를 사용키로 했다.

이에 대해 싱가포르의 일부 네티즌들은 비난과 욕설을 퍼붓는가 하면 또다른 일부는 '인구 과잉 싱가포르에 반대'라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어 행사 취소를 요구했다.

싱가포르에 거주하는 필리핀 교민들은 그동안에도 대형 공원 등 공공장소에서 수차례 독립기념 행사를 벌여왔으나, 이의 취소를 요구받기는 처음이다.

필리핀 독립 행사에 반대한 네티즌들은 기념행사가 필리핀 대사관 안에 국한돼 열려야 하고, '두 나라' '상호 의존' 등의 용어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필리핀 교민 행사에 반대하는 페이북 페이지에는 네티즌들의 지지를 보여주는 '좋아요' 표시가 2만6천여개 게시됐다.

PIDCS 측은 자신들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독립행사를 비난하는 공격이 계속되자 급기야 페이지에서 기념행사 공고를 삭제했다.

이 같은 사실이 보도되자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는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싱가포르는 외국인 방문객을 환영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국제사회에서 위상이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리 총리는 싱가포르는 국내의 많은 외국인을 관리하는 속에서도 "관용의 정신을 보이고, 방문객을 환영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스스로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싱가포르는 인구 530여만명 가운데 외국인 비율이 약 40%에 이르며, 저소득 직종뿐 아니라 금융기관, 외국계 기업 고위직 등 고소득 직종에도 외국인 취업률이 높다.

외국인 증가로 구직경쟁, 물가 및 부동산 가격 상승, 대중교통 혼잡 등 생활환경이 악화하자 국민 사이에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외국인 고용절차를 강화하는 등 외국인 노동자 유입을 단계적으로 억제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인도 출신 노동자가 버스에 치여 숨지자 남아시아 출신 노동자 400여명이 싱가포르에서는 40여년 만에 처음으로 폭동을 일으켜 내외국인간 갈등을 보여줬다.

필리핀 교민단체의 리치 안드레아스 회장은 "독립기념일 행사를 지역사회와 교류하는 계기로 만들고 싶었다"며 "'상호 의존'은 싱가포르가 우리에게 의존한다는 뜻이 아니라 서로 돕자는 취지였는데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더스트레이츠타임스는 사설을 통해 이 같은 반외국인 정서가 국제사회에서 싱가포르의 이미지를 훼손시킬 뿐 아니라 개방되고, 무역을 중심으로 하며, 세계의 자본과 인재를 받아들이는 싱가포르의 경제 체제와 맞지 않다고 개탄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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