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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국민이 트라우마"…지나친 죄책감 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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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4-20 19:53:39 수정 : 2014-04-21 00:4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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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적 관심·위로 필요한 때

세월호가 침몰한 지난 16일 해상 구조된 한 탑승자가 전남 목포한국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목포=연합뉴스
세월호 침몰 당시 구조된 경기 안산 단원고 강민규(52) 교감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데 이어 해군 대조영함 승조원 윤모(21) 병장이 구조 작전 도중 숨지는 등 생존자와 사고 관계자의 안타까운 희생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강 교감은 학생들을 살리지 못하고 혼자만 빠져나왔다고 하는 죄책감에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여 ‘살아남은 자의 슬픔’에 대한 배려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이처럼 세월호 사고 여파가 장기화하면서 실종자·사망자 가족은 물론 생존자들을 위한 심리치료 필요성에 무게가 실린다. 사고 현장 소식이 생방송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해지면서 사고와 직접 관련이 없는 일반 국민의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도 심각한 만큼 관심이 절실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불필요한 죄책감 덜어줘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강 교감이 ‘생존자 죄책감’(survivor guilt)을 견디지 못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내가 조금만 더 노력했다면 아이들을 살릴 수 있었을 텐데…’라는 자책은 돌연 극도의 수치심으로 변하기 쉽다.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홍진표 교수는 “중요한 대상을 잃었을 때 쉽사리 죄책감에 사로잡히는 사람은 극단적 행동을 할 위험이 크다”며 “생존자 중 강 교감 같은 이들은 즉각 전문의와 상담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죄책감에 시달리는 사람도 늘어날 것이다. 실종자·사망자의 부모와 사고에서 살아남은 생존자가 그들이다. ‘내가 못나 자식을 잃었다’거나 ‘친구를 구하지 못했다’는 자괴감에서 비롯한 죄책감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와 비슷한 치명적 정신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PTSD클리닉 이병철 교수는 “자기 탓이 아니고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받아들일 수 있게끔 위로하고 안심을 시켜주는 등 불필요한 죄책감을 덜어주는 게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안전한 사회’ 건설이 급선무

사고와 직접 관련이 없는 일반 시민도 세월호 뉴스를 실시간으로 접하며 충격에 빠졌다. 가족주의가 유난히 강하고 인간관계를 매우 중시하는 우리 사회 특성상 세월호 침몰 같은 대형사고 뉴스를 보고 있노라면 마치 내 자식, 내 지인이 희생당한 것처럼 감정이 고조되기 쉽다. 또래 청소년들은 ‘내가 저런 상황이었다면 어떻게 됐을까’라는 상상에, 어른들은 ‘어려움에 처한 아이를 위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는 무력감에 각각 괴로워하다가 분노가 폭발하곤 한다. 말 그대로 온 국민이 ‘세월호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이런 국민적 트라우마가 세월호 사고에서 처음 나타난 건 아니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2003년 대구지하철 화재, 2010년 천안함 폭침 때에도 생존자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일반 국민은 분통을 터뜨리는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지금처럼 후진적 시스템 아래에선 의학이 아무리 발달해도 사람을 살릴 수 없다”며 “먼저 사회가 안전해져야 구성원의 정신건강도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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