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침몰 닷새째' 사망자 50명 넘겨…"예견된 비극"

관련이슈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입력 : 2014-04-20 20:13:28 수정 : 2014-04-21 21:59:43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세월(SEWOL)'호 침몰 사건이 발생한 지 닷새째를 맞은 가운데 선체 내부에서 시신을 첫 인양하는 등 수색작업이 속도를 내면서 사망자수가 50명을 훌쩍 넘어섰다.

숱한 의혹들이 속속 베일을 벗으면서 '세월호 침몰 = 예견된 인재'로 압축되고 있으며 검·경도 관련자 수십 명을 출국금지시키고 또 다른 키(key)를 쥐고 있는 원래 선장을 소환키로 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정부 재난관리에 분노한 실종자 가족들은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며 거리로 나섰고 경기도 안산에서는 단원고 학생과 스승 6명의 장례가 오열 속에 치러졌다. 진도와 안산의 특별재난구역 지정이 임박했다.

◇선내 진입 성공…사망자 벌써 56명

수색 닷새 만에 처음으로 20일 선내 진입에 성공하면서 단원고 학생 3명을 비롯해 23개의 시신이 잇따라 인양되면서 사망자수는 56명으로 어느덧 50명을 넘어섰다. 사망자 중 단원고 학생이 여럿 포함되면서 오열과 탄식이 온 종일 이어졌다. 오후 5시 현재 실종자는 246명. 구조자는 '174'에 멈춰섰다.

조류가 잠잠해지면서 수색도 활기를 띠고 있다. 선내로 진입할 수 있는 루트가 5곳로 늘었고 진입로가 속속 뚫리면서 잠수부 563명이 투입됐다. 함정 204척 항공기 34대도 수색이 동참했다. 원격수중탐색장비(ROV) 2대를 운용할 미국 기술진도 입국했다.

13명으로 구성된 실종자 가족 통합대표단은 이날 정부와 면담을 갖고 인양이 아닌 구조가 우선이라는 것을 골자로 6개항에 합의했다.

◇합수부, 선사관계자 등 30∼40명 출국금지

검·경 합수부는 이날 선장 이준석(69)씨 등 구속된 피의자 3명을 포함, 승무원과 선사관계자 등 10여 명을 소환조사하는 한편 선주 등 중요 참고인 30∼40명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했다. 또 핵심 관계자들의 휴대폰 통화기록을 확인하는 한편 사고 당시 승무원들의 행적이 담겨있을 가능성이 있는 카카오톡 내용을 살펴보기 위해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생존한 일부 승무원들은 비상상황에 대비한 안전교육을 받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선사인 청해진해운은 10일마다 소화 훈련과 인명 구조, 퇴선, 방수 등을, 3개월마다 비상 조타훈련을, 6개월마다 충돌, 좌초, 추진기관 고장, 악천후 대비 등 선체손상 대처 훈련과 함께 해상 추락 훈련을 실시해야 한다.

합수부는 변침 원인과 항로 결정 등의 여러 의혹을 해소하는데 중요한 키를 쥐고 있는 원래 선장 신모(47)씨에게도 출석을 통보했다.

◇두 달전 특별점검 '불량' 수두룩

해경이 새정치민주연합 김영록 의원에게 제출한 '농무기 대비 여객선 특별점검 결과' 자료에 따르면 세월호는 총 5건의 불량사실이 적발됐다. 점검은 지난 2월에 실시됐고 구명뗏목 비상조명등 관리 불량, 화재 경보기 작동법 숙지 불량, 비상발전기 연료유 레벨게이지 불량, 객실 내 방화문 작동 불량 등이 지적됐다.

또 이번 참사 당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구명뗏목에 대해 평소 안전관리가 부실했으며 특히 화재경보기 작동법 숙지 상태는 '출항 전 점검사항'에 해당하는 기본적인 분야여서 평소 세월호 선사의 안전불감증을 여실히 드러냈다.

신참 항해사가 위험 항로에서 첫 운항지휘를 한 것을 비롯해 대타 선장, 선체 결함, 노후선박 증축, 선원들의 도덕적 해이, 형식적인 입·출항과 안전교육, 허술한 초동 대처 등이 속속 밝혀지면서 예견된 비극으로 치닫고 있다.

풀리지 않는 의혹도 적잖다. 왜 무리한 항로변경, 즉 과잉회전으로 급선회를 했는지, 해경의 대피 지시를 무시하고 "객실에 머물라"고 방송했는지, 6000t급 대형 여객선이 어떻게 순식간에 뒤집혔는지 등은 여전히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고 있다.

◇폭발한 가족들…국가 재난대응 도마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매일 체육관 바닥에서 밤을 지샌 실종자 가족들은 이날 "정부의 갈지(之)자 행보와 무기력한 대응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며 거리로 나섰고, 해외 언론은 한국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과 인재(人災) 가능성을 앞다퉈 지적하고 나섰다.

실종자 가족들은 밤새 "대통령을 만나게 해 달라", "우리 아이를 살려 달라"며 서울로 향했다가 경찰과 몸싸움을 벌였고 항의의 뜻으로 국무총리와 3시간동안 대치하기도 했다.

미국 CNN, 영국 BBC, 뉴욕타임즈, 중국 CCTV 등 유력 해외 언론도 한국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과 인재 가능성을 앞다퉈 타전했다.

◇학생 희생자 첫 장례

안산에서는 단원고 학생과 스승 6명의 장례식이 치러졌다. 오전 5시 희생 학생 중 처음으로 장모(17)군의 발인식이 있었고 1시간 뒤에는 같은 반 친구인 안모(17)군이 뒤따라 이별을 고했다.

마지막까지 제자들을 구하고 끝내 변을 당했던 남모(35) 교사도 제자들과 함께 떠났다. 2학년9반 담임 김모(26·여) 교사의 아버지는 사고 당일(16일)이 생일이었던 딸을 차마 이대로 보낼 수 없다며 운구 차량을 부여잡고 딸의 이름을 목놓아 불렀다.

동안산병원과 온누리병원 장례식장에서도 유족과 친치, 친구들의 눈물 속에 2학년3반 전모(17)양과 2학년4반 김모(17)군의 장례식이 진행됐다.

◇진도·안산 특별재난지역 검토

진도군청 범정부 사고대책본부에서는 침몰 사고와 관련해 특별재난지역 선포 검토를 위한 관계 장관회의가 열리고 있다. 검토지역은 전남 진도군과 경기도 안산시 두 지역이다. 물적·심적 피해가 확대되고 있는 만큼 국가 차원의 조속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논의에 따른 것이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되면 정부로부터 부상자 및 실종자를 위한 행·재정적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정부의 '안전하지 못한 안전행정'을 꾸짖기라도 하듯 자원봉사자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실종자 가족들을 돕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 19일까지 244개 단체 5032명이 자원봉사에 나섰다고 밝혔다.

의용소방대·적십자 등의 단체와 이랜드·현대삼호중공업·신세계푸드·CJ푸드 등의 기업체, 원불교·조계종·기독교연합회 등 종교단체들이 앞 다퉈 자원봉사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모포·식수지급, 주변 환경정화, 급식, 시신 운구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뉴시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