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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키드? 운이 따랐을 뿐, 음악 자체로 즐기는 게 중요”

입력 : 2014-04-21 20:35:17 수정 : 2014-04-21 20:3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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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독일인 첼리스트 이상 엔더스, 서울시향과 협연 지난달 28일 서울 예술의전당 음악당 로비 한쪽으로 관객이 둥글게 모여들었다. 서울시립교향악단 공연이 끝난 직후였다. 인파 중앙에는 이날 협연자였던 한국계 독일인 첼리스트 이상 엔더스(26)가 서 있었다. 관객들은 부지런히 스마트폰 셔터를 눌렀다. 이날 엔더스가 던진 강렬한 인상을 엿볼 수 있던 순간이었다. 그 역시 “서로 교감이 잘된 연주였고, 대단한 경험이었다”고 회상했다.

기품 있고 명료한 음색으로 성공적인 눈도장을 찍은 그가 24일 서울시향 현대음악 시리즈인 아르스 노바 무대에 선다. 공연에 앞서 최근 세종문화회관에서 그를 만났다. 엔더스가 연주할 곡은 비르톨트 루토스와브스키의 첼로 협주곡. 그는 이 곡에 대해 “사회에 대항하는(against) 한 개인의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세상에서 자기 자리와 존재 이유를 찾으려는 한 개인에 대한 곡이에요. 어느 사회에 살든지 겪는 문제지요. 특히 한국은 서유럽보다 ‘개인’이 덜 중요시되는 것 같아요. 이 협주곡은 1970년대에 쓰여졌어요. 그리 오래지 않은, 우리 시대의 문제를 다루는 만큼 공감하기 쉬울 거예요.”

엔더스는 6년 전 놀라운 뉴스로 먼저 국내에 이름을 알렸다. 그는 2008년 20살에 최연소로 독일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첼로 악장에 임명됐다.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정상급 악단인 데다, 이 자리는 10년 동안 공석이었다. 5년 후 그는 안정적 미래가 보장된 오케스트라를 박차고 나왔다. 엔더스는 “악단에 잘 적응하고 많은 지지를 받았지만 그 즈음 솔로 경력을 쌓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난 이 시장에서 벌써 늙은 나이”라고 농담을 덧붙였다. 그는 현재 생활에 대해 “전보다 더 행복하고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이상 엔더스는 9월 금호아트홀에서 바흐 무반주 첼로 조곡을 연주하고 내년 8월 김선욱과 피아노·첼로를 위한 베토벤 전곡을 연주한다.
한국인 어머니, 독일인 아버지를 둔 그는 4살쯤부터 피아노를 쳤다. ‘이상’이란 이름은 작곡가 윤이상에서 따왔다. 첼로는 9살 때 시작했다. 12살 때 그의 연주를 한 번 들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음대 교수가 수업을 들으러 오라고 연락해왔다. 이렇게 그는 특수 교육을 받았고 현재는 이 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영재가 밟았을 법한 전형적인 길을 걸어왔지만 엔더스는 “나는 ‘원더키드’였던 적이 없고 평균적이었다”며 “우연히 일련의 사건이 이어졌고, 운이 따랐을 뿐”이라고 손사래를 쳤다. 그는 “첼로에 대한 큰 열망 없이 즐기다가 적극적으로 배워야겠다고 마음 먹은 때가 17살”이라고 밝혔다. 첼로 연주자가 매일 하는 기본 연습인 ‘스케일’조차 이때 처음 했다. “삶을 즐긴다”는 그는 음악 외에도 물리학, 철학, 천문학 등 다방면에 관심이 많다. 인테리어 디자인을 하고 싶던 때도 있었다. 그는 “음악을 목적의식을 갖고 하는 건 싫다”고 말했다.

“오디션이나 돈을 위해 음악하는 게 아니라, 음악 자체로 즐기는 게 중요해요. 전 음악을 즐길 뿐이에요. 제 학생들에게도 이걸 강조해요. 성공이 아니라 좋은 음악을 위해 연주하라고요.”

송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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