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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축구 월드컵 본선행 원동력은 ‘전우애’

입력 : 2014-04-21 20:14:41 수정 : 2014-04-21 22: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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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 대학 동아리·사회인 선수, 운영비도 동호인 갹출금으로 충당
강호 일본에 밀려 변방 못 벗어, ‘미친 열정’으로 똘똘… 불모지 극복
“미식축구가 아니라 ‘미친’ 축구라고 합니다. 하면 할수록 충분히 미칠 만한 가치가 있어요.”

유인선(65) 대한미식축구협회장은 40년 넘게 미식축구에 푹 빠져 있다.

이름부터가 ‘미식’축구다. 거리가 먼 종목처럼 느껴진다. 실제로 한국은 미식축구의 변방이다. 대부분의 선수가 대학 동아리에서 처음 미식축구를 접했다. 하지만 여기에 푹 빠진 이들의 열정으로 한국은 8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올랐다.

한국 미식축구 대표팀은 지난 12일 서울 목동 주경기장에서 열린 쿠웨이트와의 2015 스웨덴 미식축구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 69-7로 압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12개국이 겨루는 본선 진출 티켓도 손에 넣었다. 8년 만에 이뤄낸 쾌거다. 그동안 아시아 최강 전력을 자랑하는 일본에 밀려 본선에 오르지 못한 한국은 2007년 일본이 개최국 자격으로 자동진출해 본선에 오른 후 두 번째 본선 무대를 밟게 됐다. 2015년 대회부터는 본선 진출국이 8개국에서 12개국으로 늘어났다. 아시아에 본선행 티켓 2장이 배정된 혜택을 누린 셈이다.

대표팀이라고는 하지만 대부분 대학 동아리 및 사회인 팀 선수 등으로 구성됐다. 환경도 열악하다. 미식축구협회는 대한체육회 가맹단체가 아니다. 따라서 협회, 대표팀 운영비 대부분을 미식축구인들의 갹출금으로 충당할 수밖에 없다. 국가대표에 뽑혀도 화려한 조명과 지원은 기대할 수 없다. 올해부터 생활체육회 등록 단체로 선정됐지만 지원금으로는 연간 수차례 계획돼 있는 대회 중 1개를 치르기도 빠듯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훈련이나 원정경기에 드는 비용을 선수들이 자비로 부담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국가대표 공개테스트에는 전국에서 400여명이 모여들었고, 5차례의 합숙훈련까지 무사히 치러냈다.

쿠웨이트전에서 터치다운 9개를 기록하며 대승을 이끈 사회인 팀 본죽 바이킹스 소속의 정인수(32·라인배커)는 2007년 월드컵 무대를 밟은 뒤 가방 하나를 메고 무작정 일본으로 건너 갔다. 사회인 리그가 3부까지 있을 정도로 저변이 넓은 일본에서 ‘제대로’ 미식축구를 배워보겠다는 일념에서였다.

미식축구 국가대표팀의 와이드 리시버 안준호(오른쪽)가 지난 12일 서울 목동 주경기장에서 열린 2015 스웨덴 미식축구 월드컵 아시아 지역예선에서 쿠웨이트 선수의 태클을 뿌리치며 돌진하고 있다.
대한미식축구협회 제공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까지 미식축구에 열광하게 만들까. 이들은 ‘전우애’에 가까운 결속력을 첫 번째로 꼽는다.

안상언 미식축구협회 사무국장은 “대학을 졸업한 지 20∼30년이 지나도 대부분의 선배가 출신학교 팀을 지원하는 경우는 미식축구를 제외하고는 없다”며 “운동이 힘든 만큼 결속력이 끈끈하다”고 설명했다.

대학 팀을 한 해 운영하는 데 2000여만원이 든다. 1년에 100만원도 채 안 되는 대학 동아리 지원금으로는 턱도 없다. 운영비는 선배들의 주머니에서 나온다. 재학생들이 졸업하면 다시 모교를 지원한다. 정해진 규칙은 없지만 자발적인 선순환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대학 팀 출신 선수들이 사회에서 같은 학교 선배보다 다른 학교 미식축구부 출신 선배를 만날 때 더 반가워할 정도다.

유 회장이 말을 보탰다. “주말에 운동하다 다쳐 목발을 짚고 나가면 좋아하는 회사가 어디 있겠어요. 그래도 (사회인 선수들은) 합니다. 그만큼 미식축구가 좋으니까요.”

이우중 기자 l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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