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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엉터리없는 公僕… 유족들이 왜 청와대로 가려 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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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4-21 21:00:36 수정 : 2014-04-21 21:4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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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로 국민 모두가 애통해하고 있다. 방송은 오락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수많은 공연도 취소하거나 연기했다. 심지어 해외에서 활동하는 스포츠 선수들까지 검은 리본과 완장을 찬 채 경기를 한다. 재난을 당한 가족이 겪는 형용하기 힘든 아픔을 함께 나누기 위해서다.

초상집에서는 웃음을 삼가는 법이다. 찬물을 끼얹는 사람들이 있다. 무지렁이 범부도 아닌, 국민에게 모범을 보여야 할 공직자들이 되레 어처구니없는 행동을 하면서 공분을 자아낸다.

범정부사고대책본부에 파견된 안전행정부 송영철 감사관은 그제 사망자 현황판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는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의 진도 시신안치소 방문을 수행하고 있었다고 한다. 격분한 유족들은 거센 항의를 했다. 정부는 그를 해임했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앞서 진도실내체육관에서 컵라면을 먹다 구설에 올랐다. 식사도 거를 만큼 일정이 바빴겠지만 그곳이 어떤 곳인가. 식음을 전폐한 실종자 가족이 모인 곳이다. 어디 그뿐인가. 강병규 안행부 장관은 사고 당일 오전 사태의 위중함을 깨닫지 못한 채 다른 행사에 참석했다.

정치인들은 어떤가.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여야 지도부는 사고 직후 “언행을 신중히 하고, 모든 선거 후보들은 활동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곳곳에서 추태가 벌어진다. 새누리당 세종시장 예비후보인 유한식 현 시장은 청년당원들이 마련한 술자리에서 폭탄주를 돌렸다고 한다. “술을 마시지 않았다”는 해명을 했다. 하지만 그 자리를 주도했으니 누가 봐도 공복의 행동이 아니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예비후보는 페이스북에 유언비어를 그대로 리트윗했다. 참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실종자 가족을 두 번 울리는 행동이다. 6·4지방선거 일부 후보자도 유족 위로를 빙자해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 야외에서 자녀 호화 결혼식을 치른 지방자치단체장도 있다.

유족들이 왜 청와대로 가려고 했겠는가. 사고 수습대책은 믿음이 가지 않는데, 공직자들이 눈앞에서 하는 행동이 엉터리없으니 ‘믿지 못할 공직자’라는 생각을 한 것 아니겠는가. 행동에는 그 마음이 담기는 법이다. 실종자를 한 명이라도 더 구해야 한다는 마음을 가졌다면 기념촬영은 엄두 내지 못했을 터다. 이 나라의 공직자들은 ‘국민의 공복’으로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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