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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고 공화국’ 만들어내는 괴물, 세월호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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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4-21 21:01:17 수정 : 2014-04-21 21: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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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건을 수사 중인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어제 침몰 선박에서 먼저 탈출한 선원 중 항해사, 기관장 등 4명을 추가 체포했다. 앞서 구속한 이준석 선장에겐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선박사고 도주죄와 유기치사죄가 적용됐다. 선박사고 도주죄가 인정되면 최고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을 받게 된다. 세월호를 운항하는 선박회사인 청해진해운 최대 주주인 유모씨와 임직원 40여명은 출국금지됐다. 압수수색도 폭넓게 실시됐다. 승객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최소한의 도리도 못한 책임을 묻는 사법 절차가 본궤도에 오른 셈이다.

세월호 비극은 인재 측면이 너무도 짙다. 우리 국민만 분노하는 게 아니다. 뉴욕타임스(NYT)를 비롯한 구미 언론은 ‘나부터 탈출’ 행태를 보인 일부 승무원 행태를 이구동성으로 질타한다. NYT는 “1912년 타이타닉호 침몰 사고 이후 선장은 배와 운명을 같이한다는 전통이 이어져왔다”면서 이번 사고를 ‘승무원들의 치욕’으로 규정했다. 후진국형 사건사고가 빗발치는 중국의 매체들마저 “여성과 아이를 먼저 탈출시킨다는 것은 전설에 불과했다”고 꼬집는다. 왜 대양의 전통이 한국 연안에선 전설이 되고 만 것인지, 발본색원의 자세로 파헤쳐야 한다.

세계일보가 어제 입수한 통계청의 2012년 사회안전인식도 조사에 따르면 우리 사회가 전반적으로 안전하다고 느끼는 국민은 8명 중 1명에 그친다. 큰 걱정 없이 일상생활을 누려도 되는 것으로 아는 사람이 매우 적다는 뜻이다. 전시도 아닌 평시에 조사한 공공통계다. 세월호 사고의 직접 원인만 따져서는 이런 낯 뜨거운 통계는 영원히 바로잡기 어렵다. 생사람 잡는 괴물을 풀어놓는 구조적 문제점을 차제에 단단히 손볼 필요가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2년 전 당시 국토해양부에 ‘연안여객 운송산업 장기발전방안연구’ 보고서를 건넸다. 이번 사고를 미리 내다본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핵심을 찌른다. 보고서에 따르면 여객선 안전운항을 지도·감독할 한국해운조합은 여객선 사업주들에게는 ‘을’에 불과하다. 여객선 사업주들이 비용을 대기 때문이다. ‘갑’인 사업주들에게 법과 규정의 잣대를 들이댈 입장이 못되는 것이다. 게다가 조합 이사장으로는 주무 부처 관료 출신이 낙하산으로 내려앉기 일쑤였다. 따뜻한 전관예우 보직이었던 것이다. 조합의 지도·감독 기능이 정상 작동할 까닭이 없었다.

KMI는 별도 기구 신설을 제안했지만 아무런 반향도 없었다고 한다. KMI는 여객선 노후화 대책도 건의했지만 역시 메아리는 없었다. 괴물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는다. 전문가라면 다 아는 문제점이 묵살되는 이해관계의 텃밭에서 자연스럽게 자라난다. 이번엔 세월호였지만 다음에 등장하는 괴물의 이름이 뭐가 될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승무원의 책임만 추궁할 계제가 아니다. 선박회사만 다그치는 선에서 끝나서도 안 된다. 생사람 잡는 괴물을 양산하는 구조적 화근을 뽑아내야 한다. 청와대부터 검경까지, 권한과 책임을 가진 이들은 모두 눈을 크게 뜰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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