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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 버리고 도주한 선장, 살인죄 적용 가능할까

관련이슈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입력 : 2014-04-21 19:56:53 수정 : 2014-04-22 08:4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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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승객을 버리고 달아난 세월호 이준석(69·사진) 선장과 일부 승무원들을 겨냥해 “살인과 같은 행태”라고 언급함에 따라 이들에게 ‘살인죄’를 적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선박 전복으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할 수 있음을 예견하면서도 이씨가 ‘나홀로 탈출’을 감행한 측면에 주목하면 부작위(不作爲·마땅히 해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조치를 하지 않은 행위)에 의한 살인으로 볼 수 있지 않느냐는 얘기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살인 고의 입증이 어려워 실제 처벌로 이어지기는 힘들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1970년 남영호 침몰 사건 당시 선장에게 선박 전복에 따른 인명 사상에 대한 책임을 물어 살인죄를 적용해 기소했다. 남영호는 제주를 떠나 부산으로 가던 중 큰 파도를 만나 침몰하면서 300여명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생존자는 선장 강모씨를 포함해 13명뿐이었다.

검찰은 출항 당시 기준치를 초과하는 화물이 실려 기우뚱한 상태였는데도 운항을 계속한 사실을 밝혀내고 “승객이 사망할 가능성을 인식한 것”이라며 강씨에 대해 사형을 구형했다.

그러나 법원은 1심부터 최종심까지 한결같이 살인죄 적용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강씨가 과적으로 배가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긴 했지만, 바다가 잔잔하면 무사히 운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인명 사상의 결과를 용인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결국 강씨는 업무상 과실치사죄만 인정됐다.

법조계에서는 세월호 역시 비슷하게 처리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세월호 선장 이씨가 살인 고의가 있었다는 점을 입증할 여러 정황 증거가 필요한데, 이를 뒷받침할 만한 사실들이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씨가 승객의 사상을 “원했거나 적어도 용인했다”고 볼 수 없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세월호 사건에 참고할 만한 사건으로 1977년 11월11일 발생한 이리역 폭발사고를 꼽고 있다. 당시 화약 호송업무를 맡은 신모씨는 고성능 폭발물을 싣고 이리역에서 정차해 있던 열차에서 촛불을 켜 놓다 사고를 냈다. 신씨는 촛불이 화약상자에 옮겨 붙는 것을 보고 지레 놀라 불을 끄지 않고 도주하는 바람에 화약이 폭발, 50여명의 사망자와 1300여명의 부상자, 1만여명에 육박하는 이재민이 발생했다.

사고를 초기에 막을 수 있었는데도 임무를 팽개쳐두고 달아났다는 점에서 세월호 사건과 유사하다. 만일 이런 점을 고려하면 형법 187조를 적용, 부작위에 의한 선박 전복 혐의를 적용할 수도 있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씨에게 선박 전복 외에도 도주 뺑소니 혐의 등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살인죄 적용은 힘들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박현준 기자 hjun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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