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현장학습 보내기 무서워” 학부모 트라우마

관련이슈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입력 : 2014-04-21 18:02:33 수정 : 2014-04-22 13:42:14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차량·체험장 안전확인 자율화, 관련 매뉴얼·감독시스템 없어
“사고라도 나면 어쩌나” 걱정… 명확한 가이드라인 제정 시급
30개월 된 딸을 둔 ‘직장맘’ 김현정(33·가명)씨는 세월호 침몰 기사를 볼 때마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딸은 다음 주에 어린이집에서 20여㎞ 떨어진 동물원으로 현장학습을 가는데 ‘혹시나’ 하는 불안감을 떨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어린이집은 그동안 한 달에 1∼2번꼴로 소형 버스를 빌려 현장학습을 갔는데 예정 이동 시간이 30분을 넘기는 경우가 많아 불안했다. 김씨는 “안전한 차량인지 체험지에 위험요소는 없는지 궁금한 것이 많지만 ‘유난 떤다’는 인상을 줄까봐 썩 내키지 않아도 아이를 보냈다”며 “어린이집 현장학습은 규정이 잘 지켜지고 있는 거냐”고 되물었다.

세월호 사고 이후 현장학습에 대한 불안감이 어린이집과 유치원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하지만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현장학습 안전 지침은 학교의 매뉴얼보다 더욱 엉성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1일 보건복지부와 교육부에 따르면 어린이집의 현장학습 안전지침은 사실상 없다. 복지부가 2009년과 2011년 각각 발간한 ‘보육시설 안전관리 매뉴얼’과 ‘어린이집 건강관리 매뉴얼’이 있지만 야외학습에 관한 내용은 어린이집에 딸린 실외놀이터 설비규정과 6가지 확인 사항이 전부다. 그마저 교사의 참고사항일 뿐 가이드라인을 지키는지 감독하는 기관이나 시스템은 없다.

장거리 이동 시 차량에 카시트에 준하는 안전장치가 있는지, 인솔 교사는 충분히 확보됐는지, 체험장에 유해시설은 없는지 등의 확인 여부가 모두 어린이집 재량에 맡겨져 있는 것이다.

더구나 어린이집을 직접 지도·감독해야 할 지방자치단체(서울시청)도 현장학습 지침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유치원은 교육과학기술부(현재 교육부)가 펴낸 ‘유치원 교무학사 업무 매뉴얼’에 사전답사 점검 항목이 구체적으로 열거돼 있지만 유치원에서는 ‘그런 게 있는 줄 몰랐다’는 반응이다.

경기도 한 공립유치원 교사는 “공통으로 참고할 수 있는 매뉴얼이 있는지는 모르겠고, 자체 체크리스트를 들고 사전 답사를 간다”며 “우리 유치원은 별문제가 없었지만 다른 곳도 꼼꼼히 안전 점검을 하는지는 모르겠다”고 전했다.

초·중·고교는 교육부의 매뉴얼을 기반으로 학부모가 참여하는 학교운영위원회에서 계획을 심의하고, 관련 내용을 교육청 홈페이지에 공개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경우 더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함에도 제반 사항을 기관 자율에 맡기고 있는 것이다.

네 살짜리 아들이 있는 박하연(33·여)씨는 “명확한 가이드라인 없이 어린이집 재량으로 운영하다 세월호처럼 사고라도 나면 어떻게 하느냐”며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될까 걱정된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부모는 육아 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우리 아이 유치원을 보니 45인승 버스에 아이들 서너 명을 끼워서 태우고 가더라”며 “현장학습이다 숲체험이다 해서 야외로 많이 가는데,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건 우리나라에선 어려운 걸까”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