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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을 빨아들이는 스크린… 원초적 욕망에 관해 질문을 던지다

입력 : 2014-04-22 21:49:36 수정 : 2014-04-23 07:2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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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비디오작가 예스퍼 유스트 개인전
근래 들어 비디오 영상작품들이 넘쳐 나고 있다. 이젠 미술관 전시의 터줏대감으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는 형국이다. 영상시대를 거스를 수 없는 것이다. 덴마크 차세대 비디오 작가 예스퍼 유스트(40)도 이 같은 시대의 흐름 한복판에 서 있는 아티스트다.

“근본적으로 시네마 영역에 속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확장된 개념을 가지고 있지요.”

영화가 수동적이고 움직임이 거의 없이 소비된다면, 비디오 작품은 움직이면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신체와 연결해 감성적인 직접경험을 제공한다는 얘기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주류 영화에 등장하는 여성들과는 전혀 딴판이다. 뚱뚱하거나 휠체어를 타고 있다. 영화 주인공으로 많이 등장하지 않는 흑인 등 다양한 여성들이다.

“휠체어 여성이라도 비극적 존재나 배려자, 연민의 대상으로 다루지 않습니다. 오히려 흔히 보지 못하는 타자를 통해 인간 본성 표현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지요.”

사실 주류 영화는 관람객의 이해를 불러일으키는 것을 중시한다. 이를 위해 스토리까지 바꾸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제 작품은 모호성을 통해 질문을 던지는 방식입니다. 다양한 해석방식을 열어 놓고 답변이 아닌 질문을 던지는 것이지요.” 

모호함을 통해 욕망 등 인간의 원초성에 질문을 던지고 있는 예스퍼 유스트. 그의 영상 작업은 신체적 경험의 최대치를 위한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는 초기 ‘하나의 스크린 작업’에서 요즘엔 ‘두 개의 스크린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저는 신체적 물리적 경험을 중요시합니다. 두 개의 스크린 사이로 관람객이 들어가는 형식이지요. 앞으로 여러 개의 스크린을 통해 새로운 언어실험을 해 나갈 예정입니다.”

그는 아트장르라는 맥락에서 신체적 경험을 중시하고 있다.

“영화는 뭘 보고 경험할지가 주어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획일적인 전달이지요. 영화산업은 생각을 장려하기보다는 상품화에 관심을 가지고 있어요. 하지만 비디오작품은 신체경험이 바로 내게 돌아오게 됩니다. 주어진 스크린과 나의 관계를 생각하게 만들지요.”

그의 개인전이 8월3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다. 두 개의 스크린 작업도 선보이고 있다. 두 개의 큰 화면이 전시장 양쪽 벽을 가득 채웠다. 한쪽 화면에는 휠체어에 탄 중년 여성이 자신의 아파트로 향하고 있다. 고개를 돌려 다른 화면의 영상을 보면 한 남성이 알 수 없는 표정으로 걷고 있다. 두 화면을 번갈아 보다 보면 마치 이쪽 영상 속 여성을 반대쪽 영상의 남성이 스토커처럼 쫓고 있는 듯한 모호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관람객은 그 긴박한 현장 한가운데 서 있는 착각에 빠져들게 된다. 예스퍼 유스트의 2011년작 ‘이름 없는 장관’(This Nameless Spectacle·사진)이다. 관객이 단순히 수동적으로 화면을 감상하는 것에서 벗어나 직접 화면 속에 들어와 작품과 교감하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테레민(두 고주파 발진기의 간섭에 의해 생기는 소리를 이용해 신체접촉 없이 연주가 가능한 러시아 신시사이저 악기)으로 연주되는 배경음악과 어우러지는 영상은 신비하고 몽환적인 느낌을 더한다.

예스퍼 유스트는 지난해 베니스 비엔날레 덴마크관 전시를 통해 국내외 미술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작가이다. 그의 작품은 상업영화에 필적하는 영상과 사운드, 편집을 바탕으로 사람과 사람 또는 사람과 환경 사이의 미묘한 교감을 섬세하게 추적하여, 모호한 느낌을 극대화해 드러내는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02)2188-6000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wansi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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