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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현장중심의 재난대응체계가 상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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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4-22 22:29:10 수정 : 2014-04-22 22:5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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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국형 참사 반복은 시스템 문제
‘사후약방문’ 아닌 근본대책 수립을
‘학습이 없는 개인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형벌을 받게 된다’는 경고는 비단 어느 개인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닐 것이다. 이는 조직이나 국가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참사와 같은 전대미문의 재난이 이 나라를 휩쓸었을 때 국민 사이에서는 ‘제발 늙어서 죽는 것이 꿈이다’라는 자조 어린 탄식이 유행했던 것이 아직도 뚜렷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런데 왜 ‘세월호’ 사고 같은 후진국형 참사가 끊이지 않고 반복되는 것일까. 그것은 우리 사회와 정부 운영시스템에 학습의 과정이 자리 잡고 있지 못한 것이 원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거시적으로는 과거 정부에서 축적해왔던 재난대응시스템을 종합적으로 재검토해 수용할 것은 무엇이 있는지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조직 간 협력과 정보공유시스템이었던 하모니를 수정· 보완할 수 있는 구상이 필요하다. 정부 조직 간 협력과 정보 공유, 이에 따른 부서 간 협력과제에 대한 보상시스템이 한층 강화돼야 했는데 정치적 견해가 다른 정부로 정권이 변화되면서 적지 않는 우수 시스템과 매뉴얼이 묻히지는 않았는지 다시 한번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재난대응시스템의 구체적인 대안 중 첫째, 현장 지휘체계로의 대폭적 권한 위임이다. 해양재난의 경우 해양경찰이 해양수산부의 지휘를 받도록 하는 것은 현재 우리나라 정부 업무배분체계에 있어서 당연한 상식이지만 이보다는 보다 구체적으로 각 지역 단위에서 해양경찰을 중심으로 각 현장 지휘자에게 전권을 부여해 선 조치 후 보고의 원칙을 수립해 급박한 현장에서의 상황에 대응함으로써 이른바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모든 재난대응 시스템에 이러한 현장 지휘자에 대한 과감한 권한 위임이 이뤄져야 한다.

둘째, 현장에서 벌어진 신속한 대응 조치와 이에 따른 결과에 처벌의 부담을 최소화해줘야 한다. 책임 부담에 대한 심리적 압력이 크면 현장 책임자는 적극적이고 과감한 대응을 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강황선 건국대 행정대학원장·행정학
셋째, 재난대응시스템은 정부를 중심으로 구상하되 민간의 자원을 종합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갑작스러운 폭설에 대비해 제설장비를 보유한 일반인과의 긴급 연락체계를 구축해 놓고 있다가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이들이 자신들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제설장비를 부착해 주요 도로의 제설작업을 하고 정부는 사후에 이에 대한 보상을 해주는 시스템을 작은 지방정부 수준에서 대부분 활용하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고 성능이 개선되고 있는 민간부분의 각종 설비와 장비를 정부에서는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할 것이다.

넷째, 정부가 관리하는 주요 사회기반시설물, 다수의 불특정 사람이 사용하는 공동이용시설에 대한 점검 시스템에 철저한 안전관리 항목을 포함시키는 것은 물론 현실적인 대응 매뉴얼을 작성하도록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매뉴얼을 적용해 현장감 있는 비상훈련이 실시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현재는 이러한 공동이용시설물에 대해서는 이용자의 만족도나 민원처리 과정을 중요한 점검 포인트로 삼고 있는데 이보다는 본질적인 안전관리에 더 큰 강조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끝으로, 위기관리 대응 부문에서의 예산은 장기적인 계획 하에서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세월호’ 사고와 같은 대형사건이 터질 때 뭔가 눈에 띄는 조치를 취했다가 얼마 가지 못해서 또다시 예산 배분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반복적인 관행이 계속돼서는 안 될 것이다. 당장 대규모의 예산 지원이 필요하기보다는 장기적인 계획을 뒷받침할 수 있는 지속적인 예산 지원이 요구된다. 안전 불감증은 정부 관료 사이에서 더욱 더 시급하게 극복돼야 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람이 죽은 뒤에 약을 짓는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식의 처방은 하지 말아야 한다.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구상해야 한다. 당국자들의 관심은 보다 근본적이고 거시적인에서부터 구체적인 것으로 좁혀져 가야 한다. 당장 눈에 보이는 뭔가를 내놓으려 하기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국가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철저하고도 냉정한 성찰을 해야 한다.

강황선 건국대 행정대학원장·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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