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엄마 왔어, 일어나”… 무너진 실낱 희망

관련이슈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입력 : 2014-04-22 19:22:46 수정 : 2014-04-23 01:42:52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사망자 수습 크게 늘어… 통곡 휩싸인 팽목항
묵직한 바다 내음이 여명과 함께 팽목항에 스멀스멀 기어올랐다. 굳은 표정을 한 공무원이 시신의 인상착의가 적힌 종이 17장을 상황판에 붙였다.

진도 팽목항에 모여든 가족들의 미간이 일순간 일그러졌다. 일주일 동안의 기다림에 지쳐 초췌한 얼굴로 사망자 명단 앞에 섰던 한 아버지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내 딸이야. 내 딸. 드디어 찾았어.”

‘신원미상’이라고 적힌 종이에서 딸의 흔적을 찾은 그는 마치 살아 돌아오기라도 한 것처럼 울음 섞인 고함을 질렀다.

이를 보던 한 어머니는 “옆 집은 찾았대. 잘됐어. 우리 딸은 언제나 나오는 거야”라며 깊은 한숨을 내쉬더니 곧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는 거야”라며 울먹거렸다. 급하게 달려왔는지 맨발로 슬리퍼를 신은 다른 어머니도 “우리 애는 또 없어”라며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메마른 울음소리가 곳곳에서 새어 나왔다.

22일 세월호에서 인양한 시신을 가장 먼저 실어나르는 배가 도착하는 팽목항에서는 실종자를 찾은 가족의 슬픔과 아무것도 못 찾은 가족의 한숨이 뒤섞였다. 저세상으로 떠난 자식을 보고 울부짖는 부모의 울음은 부두를 비현실적인 광경으로 만들었다.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한 지 7일째를 맞은 22일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119구조대원들이 사망자의 시신을 옮기고 있다. 시신이 인양될 때마다 실종자 가족들의 실낱 같은 희망은 사그라지고, 통곡 소리만 항구를 휘감고 있다.
진도=이재문 기자
팽목항을 지키는 실종자 가족들은 세월호가 침몰한 지 일주일째로 접어들면서 얼굴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유속이 느려지고 구조작업이 활발해져 이날에만 34구의 시신이 인양됐다. 확인된 사망자수는 121명으로 늘어났다.

시신을 확인하기 위한 작업이 온종일 진행됐던 안치소에서는 가족들의 통곡이 끊이지 않았다.

“악!” 외마디 비명을 내지른 한 어머니는 “내 딸아. 몸이 너무 차잖아. 엄마가 왔어. 일어나 봐”라며 목 놓아 울었다. 시신을 확인하고 나오던 단원고 2학년 3반 학생의 어머니는 “내 아이의 시계가 10시20분에 멈춰 있다. 사고 당시 물이 바로 들어왔나 봐”라며 울음을 터뜨렸다. 남편은 “아이들의 시신이 너무 깨끗하다. 마치 자는 것 같다. 손도 발도 전혀 붓지 않고 그대로”라며 “명백하게 질식사다. 산소만 투입했어도 살았을 수 있었을 텐데” 하고 아내를 부축했다.

이날도 실종자를 만나지 못한 가족들은 현행 확인 절차를 개선해 줄 것을 요구했다. 시신의 신상발표를 지켜보던 한 여성은 “체형과 머리길이, 옷, 소지품만으로는 구별하기 어렵다”며 “저러면 다 내 애 같잖아”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가족들은 “귀는 안 보나? 내 딸은 귀에 작은 사마귀가 있는데…” “아들 발에 습진이 있는데 양말은 안 벗겨 봅니까”라며 더욱 상세한 신체정보 제공을 원했다. 하지만 경찰 관계자는 “밀폐된 공간이 없어 아이들 옷이나 양말은 벗기지 않고 발견 당시 그대로 데려오고 있다”며 “보다 자세한 신체적 특징은 병원으로 옮겨 의사가 파악한다”고 설명했다.

진도=이재호, 이보람 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