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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진도 참사가 던진 숙제… ‘공무원 개혁’ 없인 못 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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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4-22 22:52:44 수정 : 2014-04-22 22:5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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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의 침몰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화물 과적을 감독하는 운항관리자가 잘못을 해도 처벌할 수 없다고 한다. 2012년 해운법 개정 때 ‘22조 3항을 어기면 벌칙에 처한다’는 항목의 숫자를 고쳐야 했지만 그대로 둔 탓이다. 22조 3항에는 다른 내용이 담겨 있으니 운항관리자를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사라졌다. 해경은 “바꿔 달라”고 했다고 한다. 해양수산부는 움직이지 않았다.

복지부동하는 공무원의 한 사례다. 진도 참사를 빚은 총체적인 관리 부실은 이와 같은 선상에 있다. 해수부로부터 업무를 위임받은 해운회사와 선박의 안전을 관리감독하는 단체의 부실운영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선박검사 업무를 위탁받은 사단법인 한국선급, 여객선사에 대한 감독권을 가진 한국해운조합은 그야말로 ‘바지 저고리’에 불과했다. 그렇지 않다면 세월호에서 드러난 부실한 안전검사, 사실과 다른 화물·승객 보고가 버젓이 행해졌을 리 없다.

왜 이런 일이 가능할까. 해수부 낙하산 인사 때문이다. 최종 관리감독권을 가진 정부 인사가 낙하산으로 가 공조직과 사기업을 결탁시키는 고리 역할을 하니 공조직이 스스로 사기업의 시녀가 된다. 그들은 감시는커녕 업계 이익을 대변했다. 제대로 된 관리감독을 바라기 힘들다. 현재 해수부 산하 공공기관 14곳 중 11곳 기관장이 해수부 출신이다. 지난 2월 세월호에 대한 안전검사를 한 한국선급은 1960년 출범한 이후 수장 11명 가운데 8명이 해수부 출신이다. 엉터리 출항보고서를 승인한 한국해운조합도 역대 이사장 12명 중 10명이 관료 출신이다.

‘해수부 마피아’뿐인가. 기획재정부, 교육부,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금융위원회 등 모든 정부 부처가 비슷한 구조를 갖고 있다. 그런 까닭에 모피아, 교육마피아, 원전마피아처럼 ‘마피아’라는 말이 붙는다. 산하기관에 내려진 관료 출신 인사는 십중팔구 로비창구와 방패막이 역할을 하며 노후를 보장받는다. 이번 참사를 부른 부실관리의 핵심도 바로 이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그제 “세월호 사고에 책임 있는 사람에 대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민형사상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자리 보전을 위해 눈치만 보는 공무원은 반드시 퇴출시키겠다”고도 했다. 너무도 당연한 말이다.

말에 그쳐서는 안 된다. 그 말을 실천해야 한다. 국민에 봉사해야 할 공무원 조직이 ‘공공의 적’으로 비치다시피 하는 상황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근본적인 개혁을 생각해야 한다. ‘눈치만 보는’ 공무원을 걸러낼 법적 장치를 강구해야 하며, 정부 부처의 ‘낙하산 결탁 구조’를 수술대에 올려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제2, 제3의 세월호 참사를 막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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