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르파들이 파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 18일 고객인 등반가들의 편의를 위해 에베레스트 등반로 해발 5800m 지점에 다리를 설치하다 눈사태를 당해 셰르파 13명이 숨지고 3명이 실종됐다. 네팔 정부가 희생자 가족에게 사망 보상금 415달러를 제시하자 사망 보상금 1만4000달러 인상 등 13가지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을 결정했다. 셰르파 파업으로 막대한 관광 수입을 날리게 된 네팔 정부가 타협안을 제시했다. 셰르파가 없으면 히말라야 등반도 없다.
세계의 수많은 산악인들이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를 비롯해 히말라야 산맥을 오르다 희생됐다. 히말라야에 묻힌 셰르파도 적지 않다. 히말라야 등정이 아닌 트레킹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다. 히말라야를 오가다 셰르파와 마주치면 ‘나마스테’(안녕하십니까)하고 정겨운 인사 한마디라도 건네면 좋겠다.
세월호 선장과 승무원들이 승객과 침몰하는 배를 버리고 도망쳤다. 그들에게 애초부터 사명감과 책임감 같은 것은 기대할 수 없었다. 청해진해운의 인력 관리와 대우가 엉망이다. 선장은 1년 단위의 촉탁직이고 상당수 승무원들도 6개월∼1년 단위의 계약직이다. 임금도 다른 해운사에 비해 20∼30% 적었다. 접대비는 수억원씩 물 쓰듯 하면서 1년 승무원 교육비는 고작 54만원에 불과했다. 이런 해운회사와 승무원들에게 승객의 생명을 맡겨놓고 있었다.
1852년 2월27일 새벽 2시, 병사 472명과 가족 162명이 타고 있던 영국 해군의 수송선 버킨헤드(Birkenhead)호가 암초에 부딪혀 침몰하는 위기일발의 상황. 구명정에 탈 수 있는 인원은 180명. 어린이와 여자부터 태운 뒤 함장과 병사들은 갑판 위에서 부동자세를 유지한 채 배와 함께 바다로 사라졌다. 세월호 선장과 승무원은 ‘여자와 어린이 먼저’라는 ‘버킨헤드 정신’을 알고는 있었을까.
김기홍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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