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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륙도 ‘스카이 워크’… 그저 바라만 봅니다

입력 : 2014-04-24 21:22:16 수정 : 2014-04-25 17:3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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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륙도는 부산의 상징이다. 고향 떠난 부산 사람에게는 향수를 자극하는 정물이기도 하다.

부산 남구 용호동에 자리한 이 작은 바위섬은 송두말이라는 해안 절벽에서 부산만을 향해 나란히 서 있다. 밀물 때는 다섯개의 섬으로 보이다, 물이 빠지면 여섯개로 보인다고 해서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 우리나라 성인 중에 오륙도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국민가요 반열에 오른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에 등장해 어려서부터 우리 귀에 익숙한 곳이다.

그러나 의외로 그동안 오륙도를 직접 찾아 본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부산을 찾는 여행자들에게, 심지어 부산에 사는 사람들에게도 오륙도는 주로 멀리서 바라보는 명소였다. 부산의 여행 1번지인 동백섬이나 해운대에 서서 서쪽 바다끝에 보이는 이 바위섬을 바라보며 ‘진짜 여섯개가 맞나’ 세어보긴 했지만, 실제로 가 볼 생각은 하지 않았다. 부산에 워낙 명소가 즐비한 데다 다른 경승지에서 뚝 떨어져 있어 여행 동선에 포함시키기도 마뜩지 않았다.

그러나 이즈음 오륙도는 부산에서 가장 ‘뜨는’ 여행지다. 주말이면 오륙도 근방은 교통이 마비가 될 정도로 관광버스와 승용차가 몰린다. 부산 남구청이 주차장을 마련하느라 골머리를 앓았을 정도다. 전국적인 걷기 열풍 속에 부산에도 ‘해파랑길’과 ‘갈맷길’이라는 도보길이 만들어졌고, 그중 백미로 꼽히는 게 이 ‘이기대(二妓臺)’ 구간인데, 그 출발지가 바로 오륙도다. 2, 3년 전부터 이 해안길 트레킹을 위해 오륙도를 찾는 사람이 점차 늘어나더니, 지난해 10월에는 또 다른 명물이 들어서 관광객들이 급속히 증가했다.

해수면에서 37m 높이의 송두말 절벽 위에 수평으로 세워진 투명유리로, 이곳에 오르면 마치 하늘을 걷는 느낌을 준다고 해서 ‘스카이 워크’라고 불린다. 스카이 워크는 바다를 향해 9m가량 뻗어 있는데, 조금 짧은 감이 있기는 하지만, 발 아래로 가파른 절벽과 출렁이는 파도가 한눈에 들어와 짜릿한 감흥을 선사한다. 스카이 워크라는 건 2007년 미국 그랜드캐니언에 처음 생겼다. 그 후 우리나라에는 강원도 정선 병방치에 처음 선을 보였고, 오륙도에 두번째로 생겼다. 그랜드캐니언이나 병방치 모두 스카이 워크에 오르는 데 적잖은 입장료를 받지만, 고맙게도 오륙도 스카이 워크는 무료다. 투명유리에 상처가 나지 않도록 자신의 신발 위에 덧신만 신으면 된다.

오륙도 앞 해안절벽에 세워진 ‘스카이 워크’에 오르면 투명한 유리바닥 아래로 짜릿한 바다 풍경이 펼쳐진다. 스카이 워크가 생기며 오륙도는 ‘바라보는 명소’에서 주말이면 수천명의 관광객이 몰리는 ‘걷는 명소’로 거듭났다.
공중에 스카이 워크를 만들었다면, 해안에는 나무 데크를 설치해 놓았다. 그래서 바닷가 우뚝한 바위에까지 오를 수 있는데, 이곳에서는 오륙도 중 육지에서 가장 멀리 있는 등대섬까지 선명히 눈에 담아 올 수 있다.

오륙도에서 이기대로 넘어가는 갈맷길 트레킹 구간은 4.8㎞에 달한다. 오륙도가 내려다보이는 언덕길을 오르면 바다를 따라 절벽 위를 걷게 된다. 언덕 위에 오른 후에는 적당한 경사가 이어져 별 부담이 없다. 잠시 후 바다 건너 해운대 해변과 달맞이 고개가 보이더니 바닷가 절벽에 궤를 쌓아놓은 형상의 농바위와 바다낚시터로 유명한 치마바위를 지나게 된다. 이어 바닷가로 이어진 길을 계속 걸으면 이기대다. 이기대는 임진왜란 때 술취한 왜장을 껴안고 바다에 뛰어든 두 명의 기생이 묻혀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바위벽에 ‘이기대’라는 한자가 새겨져 있다. 이기대 구간은 ‘산의 동쪽 끝자락’이라는 뜻의 동생말에서 끝이 난다.

이기대의 동생말 절벽 위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절경이 숨겨져 있다. 바로 절벽 위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는 작은 절집, 백련사다. 백련사에 들려면 오륙도 반대편인 이기대공원 주차장에서 트레킹을 시작해야 한다. 주차장 앞에 백련사라는 작은 표지판이 붙어 있다. 가파른 고개를 올라가면 아슬아슬한 벼랑에 차 한대가 겨우 지날 수 있는 좁은 길이 이어진다. 절벽 끝에 다다르면 손바닥만 한 절집이 들어서 있다. 건물은 보잘것없지만, 이 절집 앞 절벽 아래로는 광안대교와 마린시티의 빌딩 숲이 한눈에 들어오는 비경이 펼쳐진다.

다시 되돌아온 오륙도 선착장에 나이 지긋한 노인네들이 지나간다. 소주 냄새가 살짝 봄바람에 묻어난다. 그들이 흥얼거리는 노래 한 구절이 들린다. “오륙도 돌아가는 연락선마다…”. ‘돌아와요 부산항에’다. 한국사람에게 오륙도는 이런 여행지다. 멀리서 바라만 보던 오륙도가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온 것 같아 더없이 반갑다.

부산=글·사진 박창억 기자 danie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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