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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4·16, 公僕의 ‘썩은 관행’ 뿌리 뽑는 출발일 삼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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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4-24 21:09:38 수정 : 2014-04-24 21: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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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16일은 대한민국호가 침몰한 날이다. 기업은 돈을 벌기 위해, 공직자는 자리 보전을 위해 ‘검은 결탁’을 하면서 국민의 안전은 내동댕이쳐졌다. 세월호 침몰을 계기로 하나하나 드러나는 부실의 실상에는 공직자와 기업인의 직업윤리를 찾아보기 힘들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팽개쳐진 공공의 이익’만 적나라하게 드러날 따름이다. 어디 그뿐인가. 사고 현장에서 나타나는 공직자의 꼴불견 행태는 시도 때도 없이 이어진다. 세계 10위권 경제대국,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인 대한민국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난다.

청와대와 정부는 진도 참사를 계기로 국가개조 수준의 적폐(積弊) 일소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어제는 전 부처에 걸쳐 3400개의 재난 매뉴얼도 점검하기로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눈치 보는 공무원은 퇴출해야 한다”고 말한 뒤 이어지는 움직임이다.

적폐를 몰랐던 것인가. 아니다. 지난 수십년 동안 공복의 썩은 관행과 자세에 대한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됐다. ‘낙하산 인사를 방치해선 안 된다’는 것은 그중 하나다. 꽃 한번 제대로 피워보지 못한 앳된 학생들을 희생시킨 자는 누구인가. 책임을 다하지 않은 세월호 선장을 포함한 선원들을 우선 지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면에는 ‘해수마피아’에 의해 방치된 관리감독이 자리하고 있다. 선박 안전검사는 물론 운항 관리감독이 제대로 된 것이 하나도 없으니 세월호가 아니더라도 대형 참사는 언젠가는 터질 수밖에 없었다.

해운회사와 선주의 이익을 위해 방패막이로 활동하는 해수마피아의 실상이 하나하나 드러나고 있다. 선박 안전검사를 담당하는 한국선급, 선박안전기술공단, 항운을 관리감독하는 한국해운조합의 수장은 모두 해양수산부 출신이다. 해운조합 이사장으로 간 해수부 낙하산 이사장은 인사 한번 제대로 할 수 없었다고 한다. 이 조합의 주인은 이사장이 아니라 해운회사 대주주이기 때문이다. 그런 곳에 관리감독권이 넘어가 있었다. 이사장은 시녀 노릇을 했다. 한국선급에서 행한 선박검사 합격률이 2008년 이후 99.96%에 이르렀다는 사실은 이를 잘 말해준다. 해수부는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분명 알고 있었을 터다. 그러나 썩은 관행은 오랫동안 이어졌다.

무슨 의미인가. 국민을 보호해야 할 정부 공직자가 스스로 의무를 방기했다는 뜻이다. 달콤한 ‘낙하산 유혹’에 빠져 관리감독을 받아야 할 곳에 그 권한을 넘겨줬다고 할 수 있다. 공복을 매개로 갑(甲)이어야 할 국민은 검은 유착에 영원한 을(乙)로 전락한다.

일부 공직자의 ‘썩은 자세’는 참사 현장에서 온갖 문제를 일으킨다. 안전행정부 감사관이라는 사람이 사망자 현황표 앞에서 기념촬영을 한 것은 한 예일 뿐이다.

잘못된 것은 고쳐야 한다. 암 덩어리를 제거하지 않으면 건강한 대한민국은 기약하기 힘들다. ‘국가개조 수준의 적폐 일소’는 바른 방향이다. 이를 말로만 다짐하며 어물쩍 위기나 넘기려 해서는 안 된다. 실행 계획을 세세히 짜고 공복의 유착구조를 뿌리 뽑기 위한 개혁을 시작해야 한다. 그것이 4·16 참사에서 숨져간 어린 생명들이 대한민국에 던진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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