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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내 아이가…", 더딘 구조에 폭발한 가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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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4-25 11:38:22 수정 : 2014-04-25 13:3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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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부터 실종자 가족 불만 고조…'소조기'도 끝 '절망'
"당신 자식이 물에 빠졌더라도 이렇게 느릴건가?"
더디기만 한 수색 작업에 실종자 가족들의 분노가 폭발, 밤샘 집단 항의가 이어졌다.

세월호 사고 해역 유속이 가장 느린 '소조기'의 마지막날이었던 24일에도 실종자 가족의 기대감은 충족되지 못했다. 대신 분노와 통한만이 가득찼다.

25일로 접어들면서 조류는 빨라지고 주말에는 비소식까지 예정돼있다. 전날은 실종자 가족들이 수색의 적기로 삼았던 '마지막날'이나 다름 없었다.

하지만 실종자 가족들의 예상과 달리 정부의 수색 성과는 큰 진전이 없었다.

이에 인내심이 바닥 나버린 가족 50여명은 전날 오후 4시30분쯤부터 25일 아침까지 밤을 새운 채 팽목항 가족대책본부에서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 김석균 해양경찰청 청장, 최상환 해양경찰청 차장 등을 상대로 강한 불신감을 표했다.

범정부사고대책본부는 전날 함정 260여 척, 항공기 35대, 구조대원 720여 명을 사고 해역에 투입해 필사적인 실종자 수색작업을 벌이겠다고 밝혔었다.

민·관·군 합동구조팀이 3·4층 선수와 선미 부분의 다인실을 집중적으로 수색한다고 전하면서 실종된 많은 시신들을 수습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맴돌았다.

그러나 전날 11시를 기준으로 16구의 시신이 수습되는 데 그쳤다. 지난 22일부터 시작된 사흘간 소조기(22일 32구, 23일 35구)중 가장 적은 시신이 수습된 것이다.

이 같은 저조한 수색 결과에 가족들은 크게 낙담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소조기가 끝나면서 다시 사고해역의 유속이 40% 가량 빨라져 혹시나 자녀들의 시신을 영영 찾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차가운 바닷바람과 함께 엄습했다. 곧이어 가족들은 집단 행동에 나섰다.

특히 가족들은 그동안 대책본부가 소극적으로 수색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에 앞선 전날 오전 10시쯤 가족 대표단은 늦어지는 시신 인양에 애를 태우다, "수색 작업을 직접 보러 가자"며 사고 해역으로 이동했다.

다른 실종자 가족들도 "가서 직접 보자. 여기는 너무 답답하다. 정보도 늦게 온다. 대책본부를 믿을 수도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후 가족들은 "현재 사고 해역에 투입된 잠수부가 2명이라고 들었다"며 대책본부가 차려진 진도군청을 항의 방문했다.

가족들은 '팽목항에서 앞으로 진행될 수색구조 계획 등을 설명하고 구조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대책본부의 약속을 받고 돌아왔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급기야 오후 5시20분부터 이주영 장관 등과 '끝장 면담'을 요청, 민간잠수부 투입 등 전면적인 수색작업 나서라고 촉구했다.

해경이 정조시간때 6~8명의 구조팀을 동시 투입해 교대로 수색했다며 해명에 나섰지만 가족들의 분노는 수그러들지 했다.

이들은 "당신들의 자식이 바다에 빠져있더라도 이렇게 했겠는가"라며 울분을 토했다.

그러면서 "말로만 수색한다고 하지 말고 현재 가지고 있는 무전기로 우리가 보는 앞에서 지시를 내리라"고 요구했다.

일부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지금 당장 전화를 하라"고 고성도 질렀다.

가족들의 압박에 이 장관 등은 "이종인 대표의 다이빙벨 등을 포함한 모든 민간잠수 인력을 동원하겠다"고 안심시키기도 했다.

그럼에도 가족들은 "대책본부가 확답을 주지 않는다. 납득할 만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상황실에서 한발짝도 벗어날 수 없다"며 끝장 면담을 이어갔다. 이 과정에 면담 끝에 팽목항에도 수색 작업을 지휘할 수 있는 본부를 설치키로 했다.

한편, 팽목항의 상황을 전해들은 진도 실내체육관의 실종자 가족들도 이같은 분위기에 술렁였다.

"버스 준비됐습니다. 팽목항으로 갈 가족들은 밖으로 나오세요!" 밤 10시쯤 한 안산 단원고 학부모가 이 같이 공지하자 쓰러져 있던 가족들이 급히 옷을 챙겨 입으며 체육관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

한 단원고 학생의 어머니는 체육관 정문을 나서면서 "오늘 나도 죽고 다 죽는 거야. 가보자, 그래"라며 울분을 토했다.

"이제 애들 나오면 축하한다고 해야 해. 내 새끼 죽어서 품에 안는데 축하한다고 해야 할 지경이라니."

실종된 단원고 학생의 아버지는 체육관 바깥 한켠에 주저 앉아 허탈하다는 듯 읖조렸다.

체육관을 나선 가족 70여명은 대기하던 45인승 버스에 차례로 몸을 실었다. 복도를 가득 메울 정도로 가족들을 가득 실은 버스가 출발한 뒤 일부 승용차와 택시를 타고 버스를 뒤따랐다.

이들의 면담은 밤을 꼬박 새우고도 이른 아침까지 계속됐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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