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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화합 위해 중대선거구·석패율제 도입 고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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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6-25 06:00:00 수정 : 2014-06-25 07:3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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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초대석] ‘동서화합의 전도사’ 정의화 국회의장
정의화 국회의장은 ‘동서 화합의 전도사’로 정평이 나 있다. 5선을 하는 동안 ‘부산 출신 호남국회의원’으로 불리며 지역대결 해소에 남다른 정성을 쏟아왔다. 2004년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시절 당내 지역화합발전특위 구성을 제안해 위원장을 지냈다. 2008년 한나라당 의원 최초로 광주 명예시민이 된 것은 공적의 산물이다. 이젠 입법부 수장을 맡아 더 큰 화합의 그림을 그리고 있다. 석패율제 도입 등을 통한 국회의원 선거구제 개편을 구상하고 있는 게 그 하나다. 실질적 변화를 위해선 제도적 장치가 절실하다는 인식이다. 의장실 측은 자문기구를 설치해 본격적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남북 국회회담 등을 통한 통일 분위기 조성도 계획하고 있다. 정 의장은 23일 오전 집무실에서 류길재 통일부 장관을 만나 남북 행사 관련 보고를 들었다. 정 의장이 강한 의지를 보이는 남북 국회회담 추진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보고가 길어지면서 인터뷰는 예정시간을 15분 넘겨 시작됐다. 정 의장은 국민통합을 남북통일의 선결과제로 보고 있다. 임기 2년 동안 정 의장의 노력이 결실을 맺기를 기대한다.

―취임한 지 3주 지났는데 소감은.

“책임이 중한 무거운 자리라는 것을 통감하고 2년간 나라와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침 5시 반에 잠이 깰 정도로 많은 책임감을 느낀다. 그간 국회 사무처 등 각 기관의 수석들 얘기를 들으며 내가 바라는 국회,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 구상하고 있다.”

-여야의 원구성 협상을 직접 중재하기도 했는데.

“여야가 이달 첫 주에 상임위가 바로 구성될 수 있도록 협의했어야 했는데 새누리당 전당대회 등 정치 일정이 맞물려 어려웠다. 상임위 구성을 빨리 끝내도록 여야 원내대표와 함께 모여 대화도 시도했다. 그런 노력 덕분에 다행히 오늘 원구성 협상이 잘 마무리되지 않았나 싶다.”

-남북 국회회담 추진 의지가 강하다. 방북 의사도 밝혔는데 향후 계획은.

“정부와의 조율과 대통령의 뜻이 굉장히 중요하다. 대통령과 2인3각 하듯이 보조를 맞추는 게 기본이다. 그동안 입법부가 우리 민족의 가장 중요한 화두인 통일과 관련해 청와대 쪽만 바라보고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그렇다고 입법부 독단으로 해선 안되고 정부와 잘 조율할 것이다. 국회 차원에선 우선 의원들의 생각을 모으고 중진 의원과는 직접 대면해 의견을 들어본 뒤 남북 국회회담 추진 분위기를 조성할 생각이다. 지금 북한에서도 (우리 보도를 보고)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늦어도 8월 말까진 우리 국회와 상응하는 북한 기관의 장과 직접 만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하지만 더 늦어질 수도 있다. 방북 문제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검토할 사안이다.”

―류 장관의 보고 내용은.

“박근혜 대통령과 만났을 때 남북 국회회담에 대한 얘기가 있었기 때문에 류 장관에게서 이에 대한 정부의 현재 입장을 들었다. 또 여러 가지 스포츠 교류 등 정부의 남북 간 스케줄이 어떻게 진행될지를 보고받았다. 국회가 회담을 추진하는 창구로서 내가 판단하는 데 도움을 주려고 정보 제공 차원에서 보고한 것이다.”

-취임 후 첫 지방 일정으로 광주를 방문해 ‘임을 위한 행진곡’의 5·18 기념곡 지정을 약속했는데.

“내가 그날 한 얘기는 대한민국 국회가 결의안을 채택했으면 그 결의안이 달성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의장의 책무라는 것이었다. 그런 차원에서 5·18민주화운동 관계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당사자들에게 빠른 시일 내 세미나를 열어 임을 위한 행진곡에서 말하는 임이 누군지에 대해 연구해보라고 했다. 그런 걸 밝힘으로써 많은 오해를 풀 수 있지 않겠나.”

-동서화합을 위한 계획이나 구상은.

“동서화합 문제는 정치, 제도적으로 풀 필요가 있다. 국회의원 수를 지금보다 늘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여야가 의석 수 득실을 따지지 말고 중대선거구제, 석패율제,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등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특정 정당의 이익보다 국가 이익이 앞서는 것이니, 그런 분위기를 조성해 보려한다. 양당 체제에서는 비교섭 단체의 의견 수렴이 제대로 안 되는 경향이 있는데, 변할 필요가 있다. 나도 초선 의원 시절 양당제가 맞다고 생각했으나 그때는 정치를 잘 몰랐다. 정치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는 다당제로 가면서 서로 연정하는 게 맞다고 본다. 그런 차원에서 독일의 연정을 연구해봐야 한다. 독일은 상대 당의 공약이라도 좋은 것은 택한다. 우리와 같은 적대적 여야 관계가 없지 않나. 물론 독일과 우리의 문화는 다르기 때문에 ‘한국식 독일 연정’으로 가야 한다.”

-박 대통령의 핫라인 번호를 받았는데, 소통 계획은.

“핫라인은 내가 대통령에게 국민의 목소리를 누군가를 거치지 않고 직접 얘기해 줄 필요가 있을 때를 염두에 둔 것이다. 핫라인을 통해 언제든지 (대통령에게) 전화할 수 있고 필요하면 만나자고 할 수 있다. 최근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매년 시정연설과 예산안 제안설명 때 대통령께서 직접 국회에 방문해 달라고 했더니 긍정적으로 답하셨다. 그런 식으로 서로 만남의 장을 만들 것이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23일 오전 국회의장 집무실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를 하면서 국회의원 선거구제 개편과 남북 국회회담 추진 등에 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남제현 기자
-국회 선진화법 개정 가능성은.

“나는 국회 ‘마비법’이라고 부른다. 법을 고치려고 해도 재적의원 60%의 동의가 필요해 어렵다. 결국 언론의 도움을 받아 소위 ‘소셜 프레스’를 가해야 한다. 국민 압력 때문에 각 당이 차기 선거에서 법 개정에 대한 공약을 내세우도록 유도하는 게 내가 해야 할 일이다. 여야 간 문제가 생겼을 때는 원로 회의체를 통해 대화하고, 전직 의장 10명과 만나 적절한 안을 도출해 원내대표단에게 전달하는 일도 해야 한다. ‘상시 국회화’도 필요하다. 요일별로 상임위를 열어 예측이 가능하게 하는 것도 일종의 선진화법 보완책으로 생각할 수 있다.”

-20대 대통령 임기(2023년)부터 적용이 가능한 개헌을 위한 논의의 장을 만들겠다고 밝혔는데 복안은.

“개헌 논의는 크게 두 가지로, 권력구조 문제와 사회·문화·교육 등 일반적인 부분에 대한 것이다. 일반적인 문제는 개헌 논의를 통해 바로 적용할 수 있다. 권력구조 문제에 대해선 차차기로 적용시기를 정하면 이해타산 관계가 없기 때문에 오직 대한민국 미래를 보고 결정하지 않겠나. 6월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제출되면 정상 프로세스대로 논의하겠다. 강창희 전 의장이 국회의장 직속 국회헌법개정자문위에서 마련한 헌법개정 조문 시안도 참고할 것이다.”

-국회 사무처를 비롯한 국회 개혁을 예고했다.

“입법부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의회 조사처, 입법 조사처 기능이 강화돼야 한다. 국회방송도 미국 C-SPAN(24시간 정부활동을 다루는 미국 케이블TV)처럼 국회의원 의정활동을 국민에게 알리는 주목적을 다하려면 인프라가 더 필요하다. 그런데 국회엔 제대로된 연구원이 없다. 정부의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과 쌍벽을 이루는 연구원이 입법부에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지난번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국회에 1000억원 정도의 예산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초의 CEO 출신 의장으로서 인사와 예산 두 가지는 바로잡을 생각이다. 과거 의장보다 예산을 굉장히 깐깐하게 신경 쓴다는 반응도 있다고 들었는데 제대로 검토해야 한다. 인사권에 대한 정리도 필요하다. 의장으로서 해야 할 일을 해야 권위와 존재 가치가 바로 선다. 그래야 국회 위상도 같이 설 수 있다.”

-의장 퇴임 후 계획은.

“나는 인생에 나름대로 청사진을 갖고 산다. 알다시피 나는 신경외과 전문의사다. 2006년 남북의료협력재단을 만들어 대북 의료지원과 관련한 활동을 해왔다. 2년 후 의장직에서 물러나면 ‘3030운동’을 할 예정이다. 3030운동은 북한 전역에 30곳을 선정해 30병상 규모의 작은 종자병원 만들어 통일이 되면 그 병원이 종합병원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구상에서 시작한 것이다. ‘한국판 슈바이처’라고 할까. 내가 다른 어떤 자리에 가는 것보다 그렇게 사는 게 후손과 조국에 도움이 되는 게 아니겠나 싶다.”

대담=허범구 정치부장, 정리=김채연 기자

■정의화 의장은… ▲1948년 12월18일생 ▲부산고 ▲부산대 의대 ▲연세대 의학 석사 ▲인제대 의학박사 ▲남북의료협력재단 이사장 ▲한나라당 최고위원 ▲제18대 하반기 국회 부의장 ▲15∼19대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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