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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갈하게 빗어올린 머리…신윤복의 그녀, 첫 외출

입력 : 2014-07-01 20:35:16 수정 : 2014-07-01 22: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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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박물관 2일부터 간송문화전 간송미술관 소장 명품들이 외출을 한다. 2일부터 9월 28일까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디자인박물관에서 열리는 ‘간송문화’전에서다. 간송미술관 전시에서 긴 줄을 서게 만들었던 혜원 신윤복의 ‘미인도’도 나온다. 사실상 외부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다. 가을 내금강 전경을 화폭에 압축해 그린 겸재 정선의 ‘풍악내산총람’도 눈여겨볼 작품이다.

혜원의 미인도는 조선시대 그려진 여인의 그림 중 단연 최고로 꼽힌다. 정갈하게 빗어 올린 머리에 좁은 어깨, 풍만하게 부풀어 오른 치마, 그리고 뭔가를 꿈꾸는 듯한 맑은 눈매는 인물의 내면적 심리까지 풀어낸 듯하다. 일각에서는 “여자에 대해 매우 잘 아는 사람이 그린 듯한 그림”이라는 이유로 신윤복이 실은 여자라는 ‘억측’이 제기됐고, 아예 신윤복을 남장 여자로 설정한 드라마와 영화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학계의 비판에도 ‘남장여자 신윤복’을 그린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이를 소장한 성북동 간송미술관에는 ‘미인도’를 보기 위한 줄이 한층 더 길어지기도 했다.

혜원의 ‘미인도’.
간송미술문화재단 제공
‘미인도’는 당시 한양의 풍류생활을 주도하던 기생의 초상화로 추정된다. 가체를 사용해 탐스럽게 얹은 머리에 젖가슴이 드러날 만큼 기장이 짧고 좁은 저고리는 사내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여기에 무지개 속치마를 받쳐 입어 열두 폭 큰 치마가 풍만하게 부풀어오른 차림새는 여체의 관능미를 유감없이 드러내는 자태다. 쪽빛 큰치마 밑으로 살짝 드러낸 하얀 버선발과 왼쪽 겨드랑이 근처에서 흘러내린 두 가닥 주홍색 허리끈은, 풀어헤친 진자주 옷고름과 함께 대장부를 뇌쇄하기에 부족함이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여인은 두 손으로 묵직한 마노 노리개를 만지작거리며 앳된 둥근 얼굴에 열망을 가득 담고 있다. 물오른 앵두처럼 터질 듯 붉게 부푼 입술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다. 그윽한 눈빛은 고혹스럽기까지 하다. 어쩌면 혜원이 마음속에 담아 두고 있던 기생이었는지도 모른다.

혜원은 그림 속에 제화시를 곁들였다. “화가의 가슴속에 만가지 봄기운 일어나니, 붓끝은 능히 만물의 초상화를 그려내준다.” 혜원의 춘정이 물오른 여인네의 자태에 이르러 ‘봄풍경’이 된 것이다.

겸재의 ‘풍악내산총람’.
간송미술문화재단 제공
겸재의 ‘풍악내산총람’은 가을 내금강 전경을 화폭에 압축해 그린 것이다. 아마도 단발령에서 내려다보이는 금강내산의 경관을 기본조형으로 삼은 듯하다. 풍수와 주역에 조예가 깊었기에 땅의 기운에 주목했다. 내금강 전모를 태극의 형상으로 정리한 것이 이를 짐작케 해준다. 기이하고 높은 바위 봉우리들은 서릿발 같은 필선으로 표현했고, 이를 둘러싼 흙산은 먹점만으로 부드럽게 처리하여 음양의 조화도 꾀했다. 요소요소에 절과 암자를 배치했지만 산세수맥에 거스름이 없고 그 규모도 산을 해치지 않을 만큼 절제되어 있다. 풍수사상에 충실했던 것이다.

리움 소장의 ‘금강전도’와 더불어 겸재의 금강산도를 대표하는 대작으로 손꼽힌다. 화면 구성과 필치, 채색에 이르기까지 겸재 진경산수화의 총결이라 불러도 될 만큼 빼어난 조형미를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전시에는 5만원권 지폐 뒷면에 실린 탄은의 ‘풍죽’, 병아리를 훔쳐가는 들고양이 때문에 벌어진 소동을 포착한 김득신의 ‘야묘도추(野猫盜雛)’ 등 낯익은 그림들도 출품된다. 추사가 타계하기 두 달 전쯤 전인 1856년 8월쯤 쓴 것으로 추정되는 글씨도 나왔다. 추사가 죽음을 앞두고 깨달은 가족의 소중함을 ‘대팽두부과강채 고회부처아녀손’(大烹豆腐瓜薑菜 高會夫妻兒女孫: 좋은 반찬은 두부 오이 생강 나물, 훌륭한 모임은 부부 아들딸 손자라는 뜻)이라는 글씨에 담은 작품이다. 가정의 소중함을 곱씹게 해준다. 출품작 114점 가운데 국보가 12점, 보물이 8점이다. (02)762-0442.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wansi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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