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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단순 명료… 단순화해야 본질 보여”

입력 : 2014-07-01 20:32:49 수정 : 2014-07-01 23:3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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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단색화의 거장’ 정상화 작가 사람들은 그에게 묻는다. 단순하고 비슷한 것을 왜 그리도 반복해서 하냐고. 그럴 때면 그는 부족함이 여전해서라고 답한다. 그런 과정 속에서 얻어지는 게 그의 그림이다. 한국 단색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정상화(82·사진) 화백은 캔버스 위에 5㎜ 두께로 고령토를 칠하고 마르면 가로 세로로 접어 균열을 만든다. 고령토를 원하는 만큼 덜어내면 무수한 네모꼴이 드러난다. 네모꼴에 물감을 얹고 떼어내는 과정을 무수히 반복한다. 어느 시점에서 멈추면 작품이 된다.

“단순화해야 본질을 정확히 볼 수 있다. 세계는 단순 명료하다. 즉각적이기에 감각적이기도 하다. 무수한 반복은 심플한 숙성액을 만드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최근 스위스 아트 바젤을 비롯해 해외 유수의 아트 페어와 경매 시장에서 한국의 단색화가 재조명 받고 있는 것도 우연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동안 단색화는 미술사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에 비해 국내외에서 저평가돼 있던 게 사실이다.

“발효된 정신세계에 현대인들이 화답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전통적 흙벽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수수깡으로 엮고 흙을 바른 벽은 시간이 흐르면서 갈라짐이 생긴다. 무언가가 비집고 나올 것만 같은 틈새와 울퉁불퉁한 질감이 좋았다.

“흙덩이를 수없이 툭 던져 만든 흙 담과 벽의 질박함은 바로 현대미술이라 해고 손색이 없다.”

그의 화면은 겉으론 단색만 보이지만 틈새로 수많은 색들이 아우성이다. 칠해진 많은 색들이 속에 숨어 있기 때문이다.

6년 전 대장암 수술을 받고 작업을 계속하다 1년 만에 탈장 증세를 보여 또다시 수술을 받은 정 화백은 여전히 청춘이라며 작업을 지속해 가고 있다.

“이젠 솔직히 큰 캔버스를 옮겨가며 작업하기엔 힘에 겨워. 여주 작업실에 딸아이가 와서 도와 주고 있지.” 슬하의 1남1녀가 모두 미술을 전공했다. 30일까지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열리는 그의 개인전은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한 1970년대 작품에서 최신작까지 40여 년간의 작업세계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기회다. (02)2287-3500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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