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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의 제비다방, 박수근의 동네어귀가 한자리에

입력 : 2014-07-03 14:59:56 수정 : 2014-07-04 08: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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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페이지갤러리, 9월28일까지 근·현대미술 체험展 열어 "봄은 안 와도 언제나 봄긔분 잇서야 할 제비. 여러 끽다점 중에 가장 이땅 정조를 잘 나타낸 '제비'란 일홈이 나의 마음을 몹시 끄은다."

1934년 잡지 '삼천리'에 실린 '끽다점 평판기'라는 글은 시인 이상이 운영하던 '제비다방'에 대해 이렇게 썼다.

비록 사업 실패로 2년 만에 문을 닫긴 했지만 당시 '제비다방'은 근대 화가와 시인 등 예술가와 지식인들이 모여 인생과 예술을 나눴던 공간이었다.



그런 '제비다방'이 재탄생했다. 원래 제비다방이 있던 청진동이 아니라 성수동 갤러리아 포레 내 더페이지갤러리에서 열리는 근·현대미술 체험 전시 '노 모어 아트'(NO MORE ART)에서다.

전시는 격동의 한국 근대를 살아낸 예술가의 삶을 보여주겠다는 취지로 아예 시대적 공간을 전시장에 끌어 왔다.

역무원의 안내를 받아 '시간을 거꾸로 가는 기차'를 타고 내리면 마치 시대극의 세트장과도 같은 전시장에 '제비다방'을 비롯해 한국인의 애환이 담긴 국제시장, '이중섭의 제주도 한 평 방', '박수근의 동네 어귀' 등의 공간이 펼쳐진다.



"넓은 '흰 벽'을 수일 동안 바라보는 행습이 있다. 이것은 나에게는 유일한 마음의 낙인 동시에 행복이었다"던 '천재 화가' 이인성의 '흰 벽'도 재현됐다.

제비다방에서 시를 쓰고 있는 이상, 동네 어귀에서 그림을 그리는 박수근, 그림을 그리며 "언젠가 먼 훗날 나의 피와 외침이 이 땅에 뿌려져 우리 후손 여성들은 좀 더 인간적인 삶을 살면서 내 이름을 기억할 것이다"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여류화가 나혜석의 모습도 만나볼 수 있다.



예술가뿐 아니라 구두닦이와 자동차 정비공, 노점상 등의 역할을 맡은 퍼포먼스 배우들이 거리를 오가며 인사를 건네기도 한다.

근대 체험 공간을 빠져나오면 백남준과 김중만, 데미안 허스트, 쉬빙, 샘 프랜시스, 리처드 페티본, 피터 줌터 등 현대 미술 작가의 작품도 각각의 공간에서 만나볼 수 있다.

아이들에게 '낯선 시공간'을 선물하며 함께 즐기기에는 좋지만, 진지하게 미술 작품을 감상하려는 생각에 전시장을 찾으면 다소 실망할 수도 있다.

서초동에 있던 더페이지갤러리가 성수동으로 이전하고 여는 첫 전시다.

전시는 9월 28일까지.

티켓 예매는 인터파크를 통해 가능하다. 성인 1만원, 학생 8천원, 유아 7천원.

☎ 02-3447-0049.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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