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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실칼럼] 소비부진의 늪을 넘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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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7-06 21:10:09 수정 : 2014-07-11 11: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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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반전세 늘어나 소비여력 없어
규제완화 보다 더 적극적 개선 필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도 두 달 반이 넘었다. 처음에는 전 국민의 애도 분위기로 예술·스포츠·여가업, 음식·숙박 등 서비스업이 크게 위축되었지만 슬픔도 잊히면서 소비가 다시 제 위치로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지난 5월 산업동향을 보면 서비스업 생산과 소매판매는 증가세로 돌아서 세월호 참사 여파는 다소 완화된 듯 보인다.

이인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경제학
문제는 지난 두 달간의 소비 위축에 초점이 맞추어지다 보니 소비 부진의 구조적 문제를 제대로 직시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수년간 민간소비 증가율이 실질성장률을 하회하고 있으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2%대에 고착화되어 있다. 특히 2011년 이후에는 성장률은 개선되어도 소비증가율이 부진해 가계의 평균소비성향은 급격히 하락하고 가계수지 흑자율은 상승하고 있는 추세다. 이미 가계가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에 들어갔음을 짐작하게 한다.

흔히 소비 부진을 높은 부채수준 때문에 소비 여력이 없다거나 기대수명은 느는데 고령화에 따른 노후부담이 우려가 돼서라는 큰 추세적 요인만으론 급격히 하락한 평균소비성향을 다 설명하기 어렵다. 전세가격이 급상승하고 전세수급 불균형으로 월세나 반전세가 늘어남에 따라 임차가구의 주거 비용이 늘고 매월 현금 유출이 늘어 소비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온 점을 생각해 봐야 한다. 자가가구의 경우도 2012년부터 가계부채 개선대책의 하나로 고정금리 및 비거치식 분할상환 방식의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나 가계소비여력이 위축된 부분이 있다.

최근 최경환 경제부총리 내정자가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계절에 맞지 않는 옷에 비유하며 완화 의지를 보이자 가계부채가 매우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완화정책은 집값 상승, 가계부채 확대 등 부정적 효과만 가져올 것이라며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획기적인 경기부양책 차원에서가 아닐지라도 LTV와 DTI의 조정은 규제완화 차원에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에 의하면 가계별 소득대비 대출원리금 상환비율(DSR)이 20% 이상인 가구인 소위 하우스푸어 체감가구는 전체의 14%인 248만가구로 2012년 231만가구에 비해 7.4%(17만가구)나 증가했다. 2012년 금감원이 발표한 하우스푸어 가구와는 다른 의미로 하우스푸어 체감가구에 대해 주목할 점은 이들 가구의 43%가 주택담보대출을 넘어서 신용대출을 이용하고 있고 원리금 상환 부담과 더불어 생활비용 때문에 대출을 다시하는 악순환 구조에 있다는 점이다. 또한 가계부채에서 비은행권 비중이 은행권을 상회하였으며 계속 높아지고 있는 추세라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가계부채 중 은행권 비중은 2008년 말 46.3%에서 2014년 3월 말 53%로 상승했다. 이들 하우스푸어 체감가구는 LTV가 높아지면 이자비용이 비싼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 등에서 돈을 빌리는 대신 담보대출을 추가로 받을 수 있어 금융비용을 줄일 수 있다. 특히 대부업체 등의 대출금리는 은행권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기도 하거니와 금융감독의 손길이 제대로 미치지도 못한다.

얼마 전 한국은행은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가계의 실물자산(5694조원)과 금융자산(2642조원)이 가계부채(1021조3000억원)의 각각 4.7배와 2.2배 수준으로 전체적으로 가계의 재무 건전성이 비교적 양호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가계부채는 총량으로만 접근하는 것은 지양하고 가계부채의 질적 악화 문제를 더 분석하고 고민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낮은 LTV 비율 덕분에 가계부채가 비교적 양호한 수준에서 관리될 수 있었지만 이제는 LTV도 지역별로 변동성에 따라 조정할 필요가 있다. 이제 막 직장을 잡고 내집 마련 계획을 세우는 직장인은 미래소득에 기초해 DTI를 적용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LTV나 DTI의 조정을 경기 부양을 통한 부채 확대 논리로 무조건 막을 것이 아니라 대출구조 개선과 안정화 차원에서 디레버리징의 고통을 덜어주는 방향으로 생각해 볼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소비 부진의 깊고 음산한 늪에서 벗어나려면 규제 완화가 아니라 적극적인 규제 개선이 있어야 한다.

이인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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