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한·중 FTA 예상못한 시장교란 농산물 있는지 잘 살펴야”

관련이슈 농어촌이 미래다-그린 라이프

입력 : 2014-07-08 22:51:45 수정 : 2014-07-08 22:51:45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농어촌이 미래다-그린라이프] 김재수 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에 ‘한국농업의 방향’ 듣는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실무자들은 예상치 못하게 국내 시장을 교란시킬 수 있는 농산물이 있는지를 따져봐야 합니다.”

30여년간 농업분야에서 공직생활을 하며 쌓아온 경험을 토대로 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은 한·중 FTA 협상 과정에서 우려되는 점을 짚어냈다. 가격이 싼 중국산 농산물에 대한 관세를 유지하는 협상도 중요하지만, 피해가 작을 것으로 예상돼 관세를 없애기로 한 농산물 중에 국내 시장을 교란시킬 수 있는 농산물이 있는지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 사장은 식량안보 차원에서 진행한 곡물유통회사 설립과 관련해 “비용과 효과 등을 감안했을 때 무리하게 추진할 경우 부실만 커질 수 있어 소신껏 그만두게 했다”고 밝혔다. 8일 서울 양재동 aT 집무실에서 김재수 사장을 만나 한국 농업의 발전 방향 등에 대해 들어봤다.


―aT 사장으로 부임한 지 3년이 돼 간다.


“33년간의 농식품부 공직생활을 마친 후 2011년 10월 aT의 수장으로 부임한 지 올해로 3년째를 맞고 있다. 매년 개최되는 ‘경영혁신 BP(Best Practice) 경진대회’와 ‘창조농업 아이디어 경진대회’를 통해 식품, 수출, 유통 분야에서 많은 혁신 사례들이 발표돼 창조 농업을 실천할 수 있는 밑거름을 만들었다. 기존의 수출, 유통, 수급사업뿐만 아니라 국내 식품산업 육성과 관련된 기능을 더 강화해 글로벌 농식품 전문기관으로서의 위상을 강화해 왔다.”

―FTA 등 농산물 개방 압력이 강해지고 있다.

“FTA에 대한 막연한 불안보다는 철저한 준비와 전략으로 수출 농업을 통해 농업의 패러다임을 전환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수출 전략상품을 선정해 집중 지원함으로써 프랑스의 와인, 뉴질랜드의 키위, 노르웨이의 연어와 같은 글로벌 스타상품을 육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본에 편중돼 있는 수출국을 다변화하기 위해 아세안, 중국 등과 같은 수출성장 잠재력이 큰 국가를 중심으로 집중투자와 마케팅을 하고 있다.”

―한·중 FTA의 파급력이 클 텐데.

“현재 값싼 중국산 수입 농산물은 국내시장에 넘쳐나고 있다. 한·중 FTA가 국내 농업분야의 위기이기도 하지만, 14억 중국시장도 동시에 열리는 것이기 때문에 농식품 수출을 크게 늘릴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미 한국 농식품은 중국시장 내에서 품질과 안전성 면에서 우수함을 인정받아 해마다 수출이 증가하고 있다. 지리적 인접성과 유사한 식습관을 바탕으로 기회를 잘 활용한다면 얼마든지 수출을 확대할 수 있다. 연간 30% 이상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온라인 시장도 주목해야 한다.”

―한·중 FTA 협상 시 고려해야 할 점은.

“주요 농산물은 관세가 유지되는 초민감 품목으로 분류될 것으로 보인다. 우려되는 것은 협상에서 관심 밖의 품목이나 예외규정 등으로 시장을 교란시킬 수 있는 품목이 관세가 없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결과 고추에는 270% 관세가 부과됐지만 냉동고추는 27%만 붙었다. 고춧가루가 필요한 회사에서는 냉동고추를 사들여도 상관이 없었다. 결국 고추농가의 피해가 컸다. 중국과 FTA 협상에서 실무자들은 정상적인 유통 경로를 해치는 품목이 무엇이 있을지를 따져봐야 한다.”

―식량안보와 관련해 곡물 유통회사 설립이 차질을 빚었는데.

“aT는 국가 식량안보 강화를 위해 2011년부터 곡물조달시스템 구축을 추진했으나, 대규모 자본 투자 수반, 곡물 메이저의 과도한 요구조건 등으로 사업 성과도출이 힘들었다. 미국에서 곡물을 사들여 미시시피 강을 통해 운반하고, 곡물을 건조, 저장, 분류, 유통하는 엘리베이터 시설을 확보하려면 엄청난 돈과 인력이 투자돼야 한다. 일본은 30년에 걸쳐 이를 구축했다. 제대로 된 시장조사 없이 곡물 유통 시설을 매입해 손실이 나면 이를 감당하기 힘들다. 결국 이런 방식의 사업 추진은 국민이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이어서 소신껏 못하게 했다.”

―관련 사업은 종료된 것인가.

“장기적인 전략 차원에서 식량안보 강화의 필요성을 고려할 때 여전히 필요하므로 사업 타당성을 재검토해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단계적으로 곡물 매매 역량을 확보해 곡물 유통망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세계 곡물시장에 재진입해 나갈 계획이다. 진출지역도 기존의 미국시장뿐만 아니라 동남아와 연해주 등으로 지역을 다변화해 나가고 주곡 위주에서 부원료(팜박 등) 등 취급품목도 확대할 것이다.”

―일부 농산물은 가격 급등락이 여전하다.

“올해 양호한 기상여건과 재배면적 증가로 유례없는 채소류 전 품목의 공급과잉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구조적으로 과잉·과소생산이 되풀이되고 있는데 시장격리와 같은 정부 대책 집행 과정에서 이탈자가 많이 나타나고 있다.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위해 재배면적 신고제를 도입하고, 대책 집행과정에서 이탈자를 방지하기 위해 합동점검반을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2016년까지 1111억원을 투입해 비축기지 현대화·광역화 사업을 추진 중이다.”

대담=박찬준 부장대우, 정리=이귀전 기자, 사진=남제현 기자 frei5922@segye.com

●김재수 aT 사장은… ▲1957년 경북 영양 출생 ▲경북고, 경북대 졸업 ▲행정고시 21회 ▲농식품부 농업정책과장, 농산물유통국장 ▲주미 대사관 농무관 ▲농촌진흥청장 ▲농식품부 제1차관 ▲2011년10월∼ aT 사장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
  • 블랙핑크 로제 '여신의 볼하트'
  • 루셈블 현진 '강렬한 카리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