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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만 둘인 그 집 부부도 영축 없는 ‘딸바보’다. 부부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아이들 이름은 ‘원더슈퍼알파걸’ ‘우리의 희망’이다. 아이들 눈에도 아빠 엄마가 그냥 ‘바보’는 아닌 모양이다. 딸들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아빠 엄마의 이름은 ‘나의 그늘’ ‘나의 양분’이다. 부부는 어느덧 훌쩍 커버린 아이들이 나머지 반쪽을 찾을 나이가 되어서 그런지 다른 집 혼사가 예사로 보이지 않는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홈 구장 올드트래퍼드 모형으로 만들었다 해서 ‘세상 단 하나뿐인 최고의 걸작’으로 화제가 된 축구선수 박지성의 청첩장에 눈길이 가고, “나처럼만 살지 말라” 했다는 가수 조영남의 초간단 주례사가 솔깃하다.

부부는 아이들이 짝을 만나 떠나는 그날, 아이들 이상으로 아주 아름다운 결혼식을 꿈꾸고 있다. 하객들이 청첩장 받아들고 인사치레로 왔다가는 뻔한 결혼식 말고, 사랑과 감동이 있는 따뜻한 자리를 그리고 있다. 그러면서 “아이들 보기 부끄럽지 않은 부모가 되어야 할 텐데” 하며 지레 걱정이다.

‘수천명의 사람들에게 거의 살포하다시피 하는 금빛 찬란한 청첩장들과 돈봉투를 들고 접수대 앞에 늘어선 사람들. 끝 간 데 없이 줄지어 세워놓은 화환들. 신랑에게 만세를 부르게 하거나 부모 앞에서 깊은 키스를 주문하는 얼빠진 사회자와 그 친구들. 접수만 끝나면 식장 안에 발도 들여놓지 않고 연회장으로 내달아 접시 가득 산더미처럼 음식부터 날라다 먹는 부지기수의 사람….’ 소설가 박범신이 ‘난장이나 다름없다’고 한 결혼식 장면이다.

같은 당 두 국회의원이 같은 날 똑같이 딸자식 시집을 보내면서 치른 결혼식이 하늘과 땅 차이다.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은 큰딸의 혼사를 알리면서 ‘축의금과 화환은 정중히 사절하오며 대신 소찬을 마련하였으니 꼭 드시고 가시기 바랍니다’하고 초대했다. 반면 같은 당 A 의원은 난장보다 더한 복마전 같은 결혼식을 치러 입길에 올랐다. ‘개념도 양심도 없는’ 못난 아비의 욕심이 애꿎은 자식의 앞길에 고춧가루나 뿌리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지난 주말 양산 통도사에 들렀다. 입구 어디쯤에 새겨진 경구가 죽비가 되어 머리를 친다. ‘재물은 똥오줌과 같아서 한곳에 모아두면 악취가 나서 견딜 수가 없게 되고 사방에 골고루 뿌리면 거름이 되어 알곡을 맺는다.’

김기홍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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