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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은 둥글다’고들 한다. 주인 없는 말이 아니다. 엄연히 원조가 있다. 1954년 스위스 월드컵에서 당대 최강 헝가리를 꺾은 독일(당시 서독)의 감독 제프 헤르베르거가 그 주인공이다. 헤르베르거는 헝가리와의 예선에선 주전을 빼 예봉을 피했다가 결승에서 화력을 쏟아부었다. 예선은 헝가리의 8-3 완승. 7월4일 베른에서 겨룬 결승은 서독의 3-2 역전승. 아무도 예기치 못한 결과였다. 공은 역시 둥글다. ‘베른의 기적’이었다.

헤르베르거는 독일 축구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체력, 체격, 힘, 규율, 사기와 같은 독일 축구의 원형을 확립한 인물이 바로 헤르베르거다. 현재 세계 3대 빅리그는 잉글랜드, 스페인, 이탈리아에 있다. 프리미어리그, 프리메라리가, 세리에A다. 독일 분데스리가는 아무래도 뒷전이다. 그래도 독일 축구를 무시할 축구팬은 없다. 독일 축구는 강하다. 굳이 4회 연속 월드컵 4강 진출, 3회 우승 등의 옛 전력을 들출 것도 없다.

왜 강한가. 헤르베르거가 남긴 말에 힌트가 있다. 그는 강조했다, “경기는 90분 동안 계속된다”고. 끝까지 줄기차게 뛰면서 상대를 압박하려면 탁월한 체력과 정신력이 필수다. 독일 축구가 우선시하는 덕목이다. 생활체육이 뿌리내려 수많은 클럽에서 유소년 유망주들이 배출되는 환경도 요긴하다. 이론 역량도 만만찮다. 독일 축구 주간지 ‘키커’는 세계 최고의 축구 교과서로 통했다. 우리 축구계도 386세대의 학창 시절엔 월간 ‘축구’ 등에 소개되는 그 번역 기획물을 통해 새 이론을 익혔다.

아이가 울고, 어른도 운다. 버스가 불타기도 한다. 브라질이 그렇다. 독일이 어제 월드컵 준결승전에서 홈팀 브라질에 7-1로 이겼다. 월드컵 준결승 역사상 최다 점수 차이의 압승이다. 독일 ‘전차군단’이 적지에서 ‘삼바축구’를 박살낸 것이다. 자못 충격적이다. 하지만 독일 축구의 저력을 인정하는 측면에서 본다면 브라질이 좀 지독하게 당했다는 정도로 이해하고 넘어갈 수도 있는 일이다.

영국 공영방송 BBC의 해설위원인 게리 리네커는 트위터를 통해 “축구를 봐 온 반세기 동안 내가 목격한 가장 놀랍고, 충격적이고, 어리둥절한 결과였다”고 촌평했다. 공감이 가지만 너무 호들갑을 떤다 싶은 측면도 없지 않다. 골잡이로 이름을 날리던 전성기 시절에 리네커 스스로 했던 말도 있지 않은가. “축구란 22명이 뛰어 결국 독일이 이기는 게임”이라는.

이승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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