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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주막의 정취… “주모, 여기 막걸리 한 대접!”

입력 : 2014-07-10 21:46:48 수정 : 2014-07-10 21:4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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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예천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명소는 단연 회룡포이고, 그 다음은 삼강주막일 것이다.

명승 제16호로 지정된 회룡포는 낙동강 지류인 내성천이 350도쯤 휘감아 흐르는 마을이다. 안동 하회마을과 더불어 우리 땅의 대표적인 물굽이 지형인 회룡포는 아슬아슬하게 잘룩하게 남은 땅을 한 삽만 떠내면 그대로 섬이 됐을 것이다. 회룡포의 전경을 눈에 담기 위해서는 내성천 건너편 비룡산 중턱의 전망대인 ‘회룡대’로 올라야 한다.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장안사라는 작은 절집을 거쳐 20분 정도 산길을 오르면 회룡포의 비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회룡포의 또 다른 명물은 ‘뿅뿅다리’다. 회룡포에서 바깥마을을 오가기 위해 내성천 위에 구멍 뚫린 공사용 철판을 이어붙인 간이다리로, 보행자 둘이 마주치면 서로 어깨를 부딪쳐야 건널 수 있을 정도로 좁다. 그러나 회룡포에 들른 사람들은 회룡대에 오른 후에는 어김없이 이 이색적인 다리를 찾는다. 그 아래 강물바닥은 하얀 모래로 가득하고, 바지를 걷으면 건널 수 있을 정도로 수심은 낮다. 해 질 녘 뿅뿅다리에 걸터앉아 강물에 발을 담그거나,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는 백사장을 천천히 거닐어 본다면 평화로운 강변마을의 정취가 온몸에 전해질 것이다.

회룡포에서 멀지 않은 삼강주막은 우리 땅에 남았던 마지막 주막이다. 낙동강과 내성천, 금천 등 세 물길이 합류해 삼강이라고 불린 이곳의 나루는 조선시대 낙동강의 소금배가 드나들며 늘상 북적거렸다. 또 영남지방에서 문경새재를 거쳐 서울로 가려면 반드시 거쳐야 했던 길목이었기에 나그네와 상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고, 삼강주막도 문전성시를 이뤘다. 그러나 도로가 생기고 뱃길이 끊기며 삼강나루는 점차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져 갔다.

1900년대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는 삼강주막도 70여년간 이곳을 지키며 마지막 주모로 불린 유옥련 할머니가 2005년 세상을 떠나며 폐허처럼 방치되었다. 몇 년 뒤 문화재로 지정되고 복원공사가 진행되며 강에는 나룻배가 놓였고, 주막은 새 단장을 마쳤다. 관광지 장터처럼 어설프게 꾸며놓은 게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마지막 주막의 정취를 기대하고 이곳을 찾아 막걸리 잔을 기울이는 사람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는다.

예천 땅에 왔다면 만나봐야 할 나무 두 그루가 있다. 세금을 내는 나무인 석송령과 황목근인데, 두 나무 모두 우람하고 당당한 외관으로도 명성이 높다. 감천면 천향리의 석송령은 600여년 전 풍기 일대에 큰 홍수가 났을 때 석관천 상류에서 떠내려오던 소나무를 누군가 건져내 심은 것이라고 전해진다. 자식이 없던 이 마을의 이수목이라는 노인이 1927년 자신의 소유 토지를 이 나무에게 상속 등기해 주며, ‘석(石)’씨 성에 영험한 소나무라는 뜻으로 ‘송령(松靈)’이라는 이름을 지어줬다고 한다. 석속령이 상속받은 땅은 대지가 3937㎡(약 1190평)이고 전답이 5087㎡(약 1538평)다. 이때부터 석송령은 땅을 소유한 부자나무가 됐고, 매년 종합토지세와 교육세를 꼬박꼬박 납부하고 있다.

용궁면 금남2리의 500년 된 팽나무인 ‘황목근’도 이름과 호적, 적잖은 재산을 갖고 있다. 노란꽃을 피운다고 해서 ‘황(黃)’씨 성을 붙이고, 근본 있는 나무라고 해서 ‘목근(木根)’이라는 이름을 호적에 올린 나무다. 주민들의 설명에 따르면 황목근 주변의 논은 100여년 전부터 마을 공동소유였는데, 1939년 개인이 함부로 팔아먹지 못하게끔 당산나무였던 팽나무 앞으로 등기를 했다고 한다.

황목근은 주민등록번호와 비슷한 특별번호를 얻으며 확실하게 땅의 소유자가 됐다. 황목근이 소유한 땅은 석송령의 땅보다 1000여평이 넓은 1만2209㎡(약 3700평)이고, 세금도 꼬박꼬박 내고 있다. 황목근은 소작료도 받고, 1998년 지방문화재 지정 이후 보조금도 받는다. 주민들은 황목근의 수익을 모아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예천=글·사진 박창억 기자 daniel@segye.com

◆ 여행정보(지역번호:054)=서울에서 출발하면 영동고속도로를 거쳐 중부내륙고속도로의 문경새재 나들목으로 나와 3번국도를 타고 상주 방면으로 향하면 된다. 금당실마을(654-0225)은 숙박이 가능한 한옥체험관을 갖추고 있으며, 고택과 초가집에서도 민박을 할 수 있다. 읍내에 ‘파라다이스 모텔’(652-1108) 등 모텔 몇 곳이, 회룡포 마을에는 ‘회룡포황토민박’(655-3973) 등 민박집이 있다. 먹을거리로는 용궁면의 순댓국이 널리 알려져 있다. 용궁시장에 순댓집이 여럿 있는데, ‘단골식당’(653-6126)이 가장 유명하다. 순대국밥과 함께 매콤하게 양념해 석쇠에 구워낸 돼지불고기, 오징어구이도 맛있다. 청포묵 비빔밥으로 유명한 ‘전국을 달리는 청포집’(655-0264)도 예천의 맛집이며, 읍내에 정육식당도 여럿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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