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철이 덜 든 모습으로 산다는 것은 좋다거나 나쁘다거나 평가할 일은 아닌 것 같다. 또 하나의 삶의 방식일 뿐이니. 그렇지만, 정신연령이 십대인 그 중년들처럼, 공연하는 사람이라면 내면의 소년소녀가 자유롭게 발상하고 뛰놀아야 좋은 무대를 선보일 수 있지 않을까. 현재 대학로 ‘혜화동 1번지’에서 공연 중인 ‘B성년 페스티벌’은 아예 ‘사춘기를 벗어나지 못한 어른들의 청소년극’이라는 부제로 눈길을 끈다.
어떤 교훈을 주입하려 드는 교조주의적인 공연은 청소년들의 깨달음은커녕 하품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그보다는 눈높이를 맞춰서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고민하는 것으로도 충분해 보인다. 그런 점에서 이번 페스티벌은 중고생들과 20대 초반 관객의 호응을 상당히 좋게 이끌어내고 있다. 부제에서도 드러나듯 어른들이 만들긴 했지만 청소년들의 시각에서 공감대를 형성하려는 의도가 ‘통’하였나 보다.
이 중 이양구 작, 연출의 ‘복도에서’는 고등학생들이 복도에서 ‘B사감’이라 불리는 담임선생님과의 상담을 기다리는 모습을 그렸다. 이 연극은 일상의 단면 속에 현재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현실을 깨알같이 반영했다. 이성교제를 철통 금지시키려는 선생님, 그 와중에 스릴 넘치게 비밀연애 중인 남녀 학생, 부모님의 학벌지상주의를 그대로 스캔한 남학생 등이 웃기면서도 슬픈 상황을 보여준다. 그런가 하면 복도라는 불안정한 공간은 학생들이 처한 상황을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배경인 것 같다. 이는 성년으로 가는 과정이라는 이유로 현재의 즐거움을 박탈당해야 하는 학생들의 쓸쓸한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오세혁 작, 연출의 ‘한 번만 좀 때려볼 수 있다면’은 ‘삥 뜯기’라는 콘셉트로 재치 있게 극을 구성했다. 이 연극에는 아버지, 형, 동생과 그들의 친구들이 등장하는데, 이들은 서로 ‘삥’을 뜯고 뜯기는 관계이다. 즉, 학교 폭력이 노인이 되어서도 이어지고 있는 모습인 것이다. 나아가 이는 사회가 뜯고 뜯기는 관계로 점철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이들이 과거에는 서로 반대의 상황에 처해 있었다는 것. 결국, 학교든 사회든 분노를 샘솟게 하는 구조적인 문제는 어쩌지 못한 채, 구성원끼리 가해·피해 관계를 거듭하며 감정을 배설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풍자했다.
‘B성년 페스티벌’은 청소년의 눈높이에서 문제들을 함께 고민하려는 의도를 담았다. |
현수정 공연평론가·중앙대 연극학과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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