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사진)는 디킨스의 소설을 무대로 옮겼다. 혁명의 공간에 내던져진 한 남자의 애절한 사랑이야기가 뮤지컬이라는 장르 특유의 장엄함과 어우러졌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술에 전 삶을 살아가는 염세주의적인 변호사 시드니 칼턴. 그런 그의 앞에 친절하고 아름다운 여인 루시가 나타나고, 그녀로 인해 칼턴은 삶에서 처음으로 사랑에 눈뜬다. 루시로 인해 살아갈 희망을 찾은 칼튼. 프랑스혁명의 광기 속에서 위기에 처한 루시의 행복을 위해 커다란 희생을 결심한다. 이처럼 시드니의 루시에 대한 사랑을 중심으로 루시가 사랑하는 남자 샤를 다르네와 귀족들의 압제 속에서 혁명을 꿈꾸는 드파르주 가족 등이 어우러져 거대한 대하 드라마를 이룬다.
불행을 안고 살아가던 남자가 한 여성을 통해 새사람으로 되살아나고, 그렇게 다시 태어난 사람이 사랑하던 여인의 행복을 되살리는 이야기. 작품은 원작소설 속의 중요 키워드인 ‘되살아남’이라는 주제에 집중해 시드니, 루시, 샤를 세 사람의 엇갈린 사랑 이야기를 프랑스혁명이라는 인류 역사상 가장 질풍노도였던 시기와 절묘하게 엮어 놓는다.
극은 드파르지 부부를 중심으로 한 혁명군의 이야기도 중요하게 다룬다. 민중들이 신분제도와 기득권을 바탕으로 자신들을 탄압하던 귀족들에게 반격을 가하는 과정이 극의 중심에 절절히 묘사돼 있다. 결국, 이들의 혁명은 복수심으로 인해 본질을 잃고 말지만, 작품은 민중들이 복수심에 빠질 수밖에 없었던 배경 또한 놓치지 않으면서 그들에 대한 이해와 동정의 눈길을 잃지 않는다.
방대한 내용의 고전 소설을 무대화한 만큼 노래와 춤보다는 이야기의 소화에 중심축을 두고 있는 작품이다. 넘버들도 그 자체로 즐길 수 있는 것이라기보다는 극 속 인물들의 고민과 고통 등을 이해할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복잡한 심리의 토로가 주를 이루는 관계로 여타 뮤지컬들의 넘버들처럼 가사가 입에 붙지는 않지만, 가사를 하나하나 음미하면서 주인공들의 마음속을 들여다보는 재미는 각별하다. 시드니와 루시, 샤를 등 주요 인물들을 연기하는 배우들도 복잡한 심리묘사가 가득한 연기와 노래를 훌륭히 해낸다.
민중들 한명 한명의 사연이 중요한 모티브가 되는 작품의 성격상 주연만큼 조연과 앙상블의 연기에도 눈길이 가는 작품이다. 베테랑 배우 서영주가 연기하는 바사드를 비롯해 크런처 등의 인물들이 펼치는 이야기는 어두침침한 극에 소소한 재미를 더한다. 올해 상반기 창작뮤지컬로 빅히트를 기록했던 ‘프랑켄슈타인’의 왕용범이 연출을 맡아 어렵다는 평이 많았던 기존의 작품을 좀더 친절하고 대중적인 극으로 다듬었다. 8월3일까지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2만∼13만원. 1544-1555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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