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는 간디 조각상을 내년 초에 완성하는 게 목표다. 2015년은 간디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변호사로 일하다가 인도로 돌아와 독립운동에 나선 지 100년이 되는 해다. 간디 조각상을 굳이 인도 독립운동 시작 100년에 맞춰 세우겠다는 영국 정부의 배려가 눈물겹다. 과거를 무릎 꿇고 반성하는 영국인의 진심이 인도인을 비롯한 세계인들에게 전해지고도 남는다. 이왕이면 간디 조각상에 간디가 말한 ‘사회를 병들게 하는 7가지 사회악’도 새겨졌으면 더할 나위 없겠다. 1 원칙없는 정치, 2 노동없는 부(富), 3 양심없는 쾌락, 4 인격없는 교육, 5 도덕없는 상업, 6 인간성없는 과학, 7 헌신없는 종교.
독일, 영국과 같은 선진국들이 과거를 잊지 않기 위해 쉬지 않고 채찍질하며 스스로를 일깨우는 모습이 빛을 발할수록 일본의 몰골은 볼품 없어진다. 과거사 외면을 비판하면 “평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동문서답을 들이댄다. “독일을 배우라”하면 “독일처럼 주변국과 화해하고 과거를 사죄할 수는 없다”고 억지를 부린다. 주한 일본대사관이 오늘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보란듯이 자위대 창설 60주년 기념식을 가진다. 국내 각계 인사와 주한 외국 대사관 관계자 등 500여명에게 초청장을 보냈다니 말문이 막힌다. 중국 하얼빈의 안중근 의사 기념관을 놓고도 시비 삼는 터에 안중근 의사의 조각상을 일본 도쿄에 세우는 일은 천년이 지나도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훙레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일본의 과거사 역주행에 대해 “일본 정부는 과거사 보충수업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보충수업뿐이겠는가. 선행학습과 자율학습도 받아야 한다. 잘못된 역사를 기억하자는 것은 다시는 그런 과오를 되풀이하지 말자는 뜻이다. 그래야 과거의 상처가 아물고 새살이 돋는다.
김기홍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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