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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퇴장! 왜 없겠는가. 남아공 넬슨 만델라는 80%가 넘는 국민 지지를 뿌리치고 임기 5년의 단임 대통령으로 물러났다. 주변에서 연임을 권하자 만델라는 말했다. “이제 고향으로 돌아가 나를 키워준 계곡과 언덕, 시냇가를 거닐고 싶다.” 프랑스 드골의 퇴장도 인상적이다. 정치제도 개혁을 위한 국민투표에서 패하자 미련 없이 귀거래사를 불렀다. 드골은 고향마을로 돌아가면서 “이로써 프랑스 역사의 한 장이 끝났다”고 했다. 스스로 자신의 정치인생에 마침표를 찍었다. 거인들의 퇴장은 장엄하다.

지나서 보니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의 퇴장은 안타까운 측면이 있다. 그는 “(전관예우로) 번 돈 11억원을 사회에 기부하겠다”고까지 했지만 언론이 “돈으로 총리직을 사느냐”고 비난하자 주저하지 않고 자리를 던졌다. 문창극 총리 후보자도 최소한의 명예회복을 하고 물러났다. 두 사람의 뒷모습은 적어도 구질구질하지는 않다. 김명수 교육부장관 후보자의 뒷모습은 이들과 너무 차이가 난다. 자리에 걸맞지 않은 도덕성의 하자가 드러났지만 버팀의 명수가 되고자 하면서 때를 놓쳤다. 주변이 온통 싸늘한 시선뿐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에게 보내는 노교육자의 애절한 눈빛은 참으로 공허하다.

시인들은 퇴장의 미학을 간명하게 정리했다. “꽃이 지면 청춘은 꽃답게 죽어야 한다.”(이형기) “꽃이 진다고 바람을 탓하랴.”(조지훈) 가야 할 때를 분명하게 알아야 뒷모습이 아름답다. 세상엔 그렇지 못한 사람이 훨씬 많다. 오죽하면 춘추시대에 쓰인 ‘시경’마저 “시작을 잘못하는 사람은 없어도 끝맺음을 잘하는 사람은 드물다”고 경고했겠는가.

홍명보 축구 대표팀 감독이 그제 사퇴했다. 김명수처럼 뒷모습이 처량하다. 승장도 되지 못했지만 패장의 도리도 다하지 못했다. 한 줌의 권력을 미련 없이 진작에 놓아야 했다. 홍명보는 뒤늦게 밀려 떠나면서 많은 것을 잃었다. 거인의 뒷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은 천추의 한이 될 것이다. 권토중래도 그만큼 어려워졌다. 그는 퇴장하면서 “비겁하게 살지는 않았다”고 자평했다. 무척 할 말이 많은 모양이다. 하지만 유구무언이다. 패장의 덕목이 그렇다. 여의도 정치판에서 신물 나게 보고 있는 게 악어의 눈물이다. 인사청문회에서 거듭 확인했다. 홍명보와 축구협회 일부 간부의 뒤늦은 퇴장이 딱 그 꼴이다.

백영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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