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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택의新온고지신] 선리강 후리약(先理强 後理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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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7-16 22:00:49 수정 : 2014-07-16 22: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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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땅의 법도란 무엇인가. 질서와 덕성이다. 질서는 법(法)으로 유지되고, 덕성은 인간 존엄성을 구현한다. 중국 전국시대, 맹자는 인의를 최고 가치로 여겼다. 반면 통일제국의 초석을 다졌다는 진(秦) 효공 때 재상 상앙(商?)은 법을 최고 기준으로 삼았다.

예컨대 맹자의 경우 사람이 근본적으로 착하다는 ‘성선설(性善說)’에 입각해 처벌 대신 불법을 저지르게 되는 원인을 찾고 교육하는 입장이다. 상앙은 입장이 다르다. 법으로 강제하고 처벌해야만 공동체의 질서 유지가 가능하다고 보았다. 상앙은 맹자가 말하는 인정을 베푸는 방식, 즉 예치(禮治)의 한계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상앙이 법치에 대한 백성의 신뢰를 얻기 위해 사용한 ‘이목지신(移木之信)’ 고사는 오늘에도 가르침을 준다. 그는 세 길 정도 되는 나무를 도성 저잣거리의 남쪽 문에 세우고 백성을 불러 모았다. 그러고는 이 나무를 북쪽 문으로 옮겨 놓는 자에게는 십금(十金)을 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백성들은 이상히 여겨 그 누구도 옮기지 않았다. 그러자 다시 오십금을 주겠다고 했다. 누군가 나무를 옮겼고 상앙은 그에게 돈을 주었다. 백성들은 그 뒤로는 상앙이 공표한 법을 믿게 됐다.

이후 점차 세세한 법까지 제정됨에 따라 백성들의 불만이 많아졌지만 상앙은 효공의 지원 아래 밀어붙였다. 그러나 권력의 원천이었던 효공이 죽자마자 그는 자신이 만든 법상 모반죄로 몰려 거열형(車裂刑)에 처해졌다. 역설적으로 법 앞에 예외 없음을 말해준다.

제헌절이다. 법치의 중요성을 절감하는 요즘이다. 그러나 법 준수는 힘 있고 가진 자들이 솔선수범해야 한다. 제갈량의 말을 귀감으로 삼자. 그는 ‘먼저 강한 자부터 다스려야 한다(先理强 後理弱)’며 “나라는 큰 덕으로 다스려야지 작은 은혜나 베푸는 것으로 해서는 안 된다(治世以大德 不以小惠)”고 강조했다. 법치는 당연한 것이지만, 법이란 절대적인 게 아니라 필요악이라는 법정신을 뜻하고 있다.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소장

先理强 後理弱 : ‘법은 먼저 강한 자부터 다스려야 한다’는 뜻.

先 앞 선, 理 다스릴 리, 强 강할 강, 後 뒤 후, 弱 약할 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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