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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녀가 임신?… 애 아빠가 ○○이래!

입력 : 2014-07-17 20:01:29 수정 : 2014-07-17 20: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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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소문’
진실과 상관없이 꼬리에 꼬리 무는 소문
미디어 통해 퍼지는 우리시대 현실 풍자
소문. 所聞. rumor. 사전을 찾아보면 ‘사람들 입에 오르내려 전하여 들리는 말’이라 정의되어 있다.

‘그녀는 흉측하고 무서운 괴물로, 몸에는 수많은 깃털이 있고 그 밑으로는 늘 깨어있는 눈이 많이 달려 있다. 또 깃털 하나하나에 혀가 있으며, 소리를 엿듣는 귀와 소리를 내는 입이 많았다. 밤이면 소문은 하늘과 땅 사이의 어둠을 헤치고 날아다니며 날카로운 소리를 질렀다. 그녀는 결코 눈을 감고 단잠을 자는 일이 없었다.’

로마의 시인 베르길리우스는 여기저기 마구 떠돌아다니며 말 퍼뜨리기를 좋아하는 소문의 여신 ‘파마’를 이같이 묘사했다.

철거를 앞둔 어느 달동네. 젊은 무녀가 던진 말 한마디에 청각장애우 선이는 애를 밴 처녀가 되고, 애 아빠의 정체를 놓고 모두들 수군덕거리기 시작한다. 선이의 헛구역질에 주인집 아주머니는 사내란 사내는 모두 의심해봐야 한다며 몸매도 호리호리하고 인물도 훤한 덕만이를 지목한다. 덕만의 아내는 한창 혈기 왕성한 주인집 아주머니의 아들 현을 꼽으며 맞받아친다. 평소 언니·동생으로 지내는 이들의 응수대결이 극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동사무소에 근무하는 곽 주사의 소행으로 몰고 간다.

연극 ‘소문’(사진)은 ‘발없는 말이 천리 간다’는 속담처럼 이리저리 번지는 ‘소문’을 소재로 현대인들의 세태를 희화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단지 재미 삼아 아무렇지 않게 인터넷, SNS, 메신저 등 각종 미디어를 통해 퍼져나가며 때론 누군가의 삶을 빼앗아버리기까지 하는 ‘소문’을 통해 우리 시대의 현실을 날카롭게 꼬집는 풍자극이다. 진실이 어떻게 왜곡되는지, 소문이 어떻게 확대되는지를 해학적으로 유쾌하게 풀어낸다.

“듣지 못한다고 병신이라 하는데, 진짜 병신은 우리들인지도 몰라요. …눈 막고 귀 닫고 사는 게 더 행복한 건지 모르는데도….”

극은 개발에 쫓기는 서민의 아픈 삶도 투영한다.

“그깟 보상금 몇 푼 받아서 어디 갈 건데…. 이제는 올라 갈 산도 없어.”

용산 참사를 다룬 방송뉴스의 보도 내용을 그대로 내보내기도 한다.

“갈 데 없어도 이 동네에서 빨리 나가야겠어. 버티면 맞아 죽거나 불타 죽으니….”

2009년 원작 ‘나비, 날아가다’라는 타이틀로 인천연극제에 참가해 최우수작품상, 연출상, 희곡상, 여자 최우수연기상 그리고 남녀 신인 연기자상을 거머쥐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2012년 일본 삿포로연극제에 공식 초청돼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정의갑, 최부건, 황미선, 박주연, 신혜정, 정휘태 등 선 굵고 개성 강한 배우들이 극의 특성을 살려 연극의 맛을 곱씹게 한다.

창단 20주년을 맞은 극단 십년후(대표 송용일)가 8월 3일까지 서울 대학로 스타시티 예술공간 SM스테이지에서 공연한다. 인천 지역 극단인 십년후는 7명의 고등학생들로 시작해 이제는 50명이 넘는 중견극단으로 성장하며 지역극단의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다. (032)514-2050

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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