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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나게 살려면 비열함 쯤이야…

입력 : 2014-07-17 20:49:04 수정 : 2014-07-17 20:4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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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비스티 보이즈’
때론 욕망에 사로잡힌 인간은 짐승보다도 더 추악하고 천박해진다. 하지만 이 천박함은 사회적 가면 속에 숨겨져 있게 마련이다. 아주 극단적인 환경이나 상황 속에서 이 가면이 벗겨졌을 때 느껴지는 섬뜩함은 그 어떤 공포영화보다 무섭다. 인간 본성이 가지고 있는 가장 어두운 면이 장면 장면 속에서 여실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인간의 추악함을 소재로 삼는 대중예술작품들은 종종 이 인간 내면의 맨 얼굴을 드러내기 위해 인물들을 독특한 상황에 집어넣는다. 뮤지컬 ‘비스티 보이즈’(사진)는 관객들을 서울 청담동 지하의 한 고급 호스트바로 데려간다. 그리고 이를 통해 관객들에게 인간 욕망의 맨 얼굴을 날것 그대로 보여준다.

하정우, 윤계상 주연의 2008년작 영화 ‘비스티보이즈’를 원작으로 한 작품. 하지만 뮤지컬은 호스트바라는 배경만 동일하고 기존의 영화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로 진행된다. 순수하고 깨끗한 마음의 청년 승우가 이야기의 주인공. 승우는 몰락한 가족의 빚을 청산하기 위해 먼 친척인 재현이 운영하는 호스트바에 들어간다. 그곳에서 승우는 주노, 민혁, 알렉스 등 다양한 욕망을 대표하는 호스트들을 만나고, 이들의 욕망과 대면하면서 자신도 조금씩 변해간다. 그리고 이들의 충돌하는 욕망은 비극적인 결과로 치닫는다.

작품의 무대인 호스트바 ‘개츠비’는 그야말로 욕망이 덕지덕지 붙어 있는 공간이다. 이 공간 속에서 등장인물들은 자신이 가진 욕망을 가식 없이 드러낸다. 그렇게 드러난 대부분의 욕망은 한없이 천박하다. 오직 돈, 그리고 성공이 이들의 모든 것이며 삶의 이유다. 그리고 세상은 그 천박한 욕망을 달성하기 위해 그들에게 ‘지금 서있는 곳에서 조금 더 가라’고 요구한다. 조금 더 타락하고, 조금 더 비열해지라는 것. 이렇게 등장인물들은 부와 성공을 위해 그나마 남아 있던 인간에 대한 애정마저도 상실해 간다. 심지어 혈육에 대한 애정, 여성에 대한 사랑 등 인간적인 감정을 조금이라도 가지고 있는 인물들마저 욕망의 충돌에 의해 불행한 결말을 맞는다.

극은 남녀 간의 애정 등 부수적인 이야기 없이 순수하게 욕망과 욕망의 대결에만 집중한다. 그렇게 충돌하는 욕망의 이야기는 한 편의 전쟁영화처럼 치열하다. 그리고 그 전쟁의 결과 역시 전쟁영화처럼 참혹하다. 이처럼 ‘비스티 보이즈’는 호스트바라는 거대한 은유를 통해 현대인이 마음속 깊숙이 감추고 살아가는 천박함과 추악함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렇게 날것으로 드러나는 인간의 추악함을 부정할 수 없다는 점에서 씁쓸함이 저절로 느껴지는 작품이다.

호스트바를 무대로 하고 있지만 단 한 명의 여자배우 없이 오직 남자들만으로 이루어진 공연이다. 거대한 에너지를 가진 젊은 배우들이 펼치는 날것 그대로의 욕망의 향연을 보는 재미가 각별하다. 노래 역시 ‘욕망’과 ‘천박함’이라는 극의 키워드를 잘 살릴 수 있는 넘버들로 이루어져 있다. 때론 끈적끈적하고, 때로는 강렬한 느낌이 가감 없이 전해지는 넘버들이 인상적이다. 창작뮤지컬 지원사업인 ‘CJ크리에이티브마인즈’ 지원작으로 선정된 작품. 리딩공연을 거쳐 이번이 초연 무대다. 9월14일까지 서울 대학로 DCF대명문화공장 비발디파크홀에서 공연된다. 1만5000∼6만원. (02)766-7667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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