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설왕설래] 이승만 낚시터

관련이슈 설왕설래

입력 : 2014-07-17 20:43:27 수정 : 2014-07-17 22:16:59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이승만 대통령은 낚시광이었다. 6·25전쟁이 터질 때 창덕궁 연못에서 낚시를 즐기고 있었다. 남침소식도 그곳에서 경무대경찰서장한테 들었다. 전쟁이 터진 지 6시간이 지난 뒤였다.

급히 집무실로 돌아온 대통령은 정식 전황보고를 받는다. “각하의 심금을 어지럽혀 드려 송구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신성모 국방장관의 보고 일성이다. 그에게는 인사권자의 심기가 국가안위보다 더 급했다. 채병덕 육군총참모장은 한술 더 떴다. 의정부에서 적을 격퇴하고 있으니 사흘 내 평양을 점령할 수 있다고 호기를 부렸다. “백두산에 태극기를 꽂겠다”고 큰소리쳤다. 국군통수권자가 장밋빛 보고에 들떠 있는 순간, 꽃다운 청년들은 적의 포화에 무참히 스러지고 있었다.

전쟁 이틀 뒤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다. 유엔군이 참전했으니 안심하라는 얘기였다. 국민들은 대통령의 육성을 듣고 피난 보따리를 풀었다. 그러나 대통령은 담화가 나오기도 전에 열차를 타고 대전으로 피신했다. 서울은 다음날 적의 수중에 떨어졌다.

선조는 ‘조선의 이승만’이었다. 왜군의 파죽지세에 놀라 새벽에 도망쳤다. 밭에서 일하던 농부는 피난행렬을 보고 “임금이 우리를 버리시니 백성은 이제 누굴 믿고 살아야만 합니까” 하고 울부짖었다. 국경 끝까지 달아난 선조는 중국으로 도망칠 궁리만 했다. 왕이 떠난 뒤 백성은 전란의 참화로 신음했다. ‘쌓인 시체가 들에 가득했고, 아비가 자식을 팔고 남편이 아내를 팔았다. 서로 살식(殺食)하고 시체를 쪼개 먹었다.’ 문신 윤국형이 지은 ‘문소만록’이 전하는 참상이다.

요즘 이 대통령의 낚시터를 놓고 철거 논란이 뜨겁다고 한다. 문화재제자리찾기 대표 혜문 스님은 그제 경복궁 경회루에 있는 하향정을 철거해 달라는 소송을 냈다. 이 정자는 대통령 부부가 자주 낚시를 했던 곳이다. 이를 두고 “낚시터도 유적”이라는 주장과 “경복궁 복원 원칙에 어긋난다”는 반론이 팽팽하다.

낚시터는 보존돼야 한다. 권력자의 취미를 기리자는 뜻이 아니다. 최고 권력자가 안보실상을 살피지 못하면 나라가 얼마나 위태로울 수 있는지 보여주는 안보교육장으로 이만 한 것을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한반도 주변은 격랑의 바다다. 흐트러진 안보의식을 곧추세우지 않으면 나라의 운명도 한순간에 낚인 물고기 신세가 될 수 있다.

배연국 논설위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
  • 오마이걸 유아 '완벽한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