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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성범죄자 어느날 외부서 난입한 ‘괴물’인가

입력 : 2014-07-18 21:12:35 수정 : 2014-07-18 21: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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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멀라 D. 슐츠 지음/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연구소 울림 옮김/이후/1만9000원
괴물이 된 사람들/패멀라 D. 슐츠 지음/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연구소 울림 옮김/이후/1만9000원


저자는 어린 시절 성추행을 당했다. 그 사실은 부모에게 전달되지 않았고, 10대가 된 후에야 남자에게서 분리될 수 있었다. 깊은 상처는 폭식, 섹스 등 자기 파괴적인 행동으로 표출됐다. 오랜 시간 끔찍한 트라우마에 시달린 저자가 찾은 해결책은 가해자와 정면으로 대결하는 것이었다. 자신을 학대한 그의 동기를 알아야만 진정한 평화에 이를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에서였다. 책은 저자의 이런 경험을 확대해 1995년부터 2000년까지 아동 성범죄자 9명을 만나 그들을 본격적으로 연구한 끝에 얻은 결과물이다. 어떤 사람들이 아이를 성적으로 학대하고, 폭력을 휘두르는지, 동기는 무엇인지에 대해 탐구했다.

저자는 아동 성범죄자들이 일상의 바깥에서 난입한 ‘괴물’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들이 대부분 면식범이라는 사실에서 드러나듯 아동 성범죄에 대한 담론은 예외적인 괴물들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에 평범한 일상과 관계망 속에서 구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1990년대 후반 가해자들을 사회에서 철저히 격리시키는 내용을 담아 제정된 ‘메긴법’, ‘스테파니법’에 비판적인 시각을 보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

저자가 들려주는 성범죄자의 이야기에 누구나 공감하고, 이해할 만한 요소가 있다는 것은 놀랍다. 일상의 극심한 스트레스, 손상된 자존감, 실직에서 오는 경제적 부담, 불우했던 어린 시절 등이 그들에게 드리워 있다. 따라서 성범죄자는 괴물이 아니라 사회적인 존재이며 갱생이 가능한 인간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책을 번역한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연구소 울림의 권인숙 소장은 “한 사회의 성숙함은 피해자에 대한 보호 능력뿐만 아니라 가해자에 대한 이해 능력에 의해 좌우된다. 편의적인 분노를 넘어 일상 속에서 가해자를 이해하고 분석할 때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강구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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