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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무엇이 문학을 꿈꾸게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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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7-18 22:27:01 수정 : 2014-07-18 22:2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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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시작은 책읽기부터
학교 아닌 세상서 문학과 만나
문학을 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아직도 적지 않다는 것은 희망적이다. 문학 공모에 응모하는 사람의 수가 줄지 않는다.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할 수 있다. 취직이 어려워서일 거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딱히 그럴 거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당장 눈앞의 먹고사는 문제보다는 자신의 꿈에 도전하는 젊은이들이 많아져서인지도 모른다. 그들은 자신의 꿈을 향한 길을 포기할 수 없었는지도 모른다. 그 길이 1977년 지구를 떠나 37년 동안 머나먼 우주를 홀로 나가는 보이저 1호처럼 고독한 여정일지라도.

얼마 전 고향 후배를 만났는데, 딸이 문학을 꿈꾼다고 했다. 동행한 후배의 어린 딸이 내게 물었다. “작가가 되려면 문예창작과에 진학해야 하나요?” 아무래도 도움은 될 거라고 대답했다. 책 읽기도 결국은 혼자의 시간이고, 습작도 혼자의 작업이지만, 그래도 같은 꿈을 꾸고 같은 길을 가는 누군가와 함께하는 것은 분명 도움이 될 거라고. 보이저 1호와 2호가 다른 궤적을 그리며 우주를 항해하지만 캄캄하고 막막한 우주 공간 어디엔가 같은 목적으로 길을 떠난 동반자가 있다는 것은 조금은 위안이 될지 모른다.

문학의 길을 가고자 꿈꾸는 어린 학생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무엇이 문학을 하고 싶게 만드는가. 무엇이 문학을 하게 하는가. 그런 생각 끝에 막심 고리키가 떠올랐다.

막심 고리키의 아버지는 목수였고 어머니는 작은 염색공장 딸이었다. 고리키가 세 살 때 아버지가 죽는다. 고리키는 어머니와 함께 외가로 들어간다. 고리키가 아홉 살 되던 해에 어머니는 빈털터리와 재혼하고 외할아버지는 파산한다. 여덟 살부터 열 살까지, 초급학교를 삼 년 다닌 게 고리키가 배운 학교 교육의 전부였다. 가난이 문제였다. 고리키가 열한 살 되던 해에 어머니가 폐결핵으로 죽자 외할아버지는 어린 고리키에게 말한다. “이제 너도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 네 밥벌이를 하거라.”

열한 살 때부터 고리키는 밥벌이를 위해 세상 속으로 들어간다. 구두 수선 가게에서 일하다가 냄비를 엎질러 손에 화상을 입고, 건축설계 사무소에서 잔심부름을 하며 지내다가 빵 사오라고 준 푼돈을 들고 도망친다. 1880년, 고리키가 열두 살 되던 해의 봄이었다.

강태형 시인
이후 고리키는 각지를 떠돌다가 볼가 강을 운항하는 화물선의 주방에서 잔심부름도 하고 부두 하역작업도 하며 지낸다. 그때 그 배의 주방에는 퇴직한 사관 출신 요리사가 있었다. 선원들을 위한 요리와 부두에서의 하역작업에 바쁜 그가 틈만 나면 책을 펼쳐들고 무아경에 빠져드는 것을 본 고리키가 묻는다.

“다들 한 잔하며 쉬고 있는데, 뭐하시는 거예요? 그게 뭐예요?”

외할버지에게 글을 배우고 삼 년이나마 초급학교를 다닌 고리키가 책을 몰랐을 리는 없다. 다만 힘든 작업 끝에 조금이라도 틈이 나면 모두가 술을 마시며 놀거나 쉬는 마당에 그가 그렇게 빠져드는 세계가 도대체 무엇인지 궁금했던 것이다.

“이건 책이란다. 대단한 세계가 담겨 있지. 너도 책을 읽어보렴.”

훗날 고리키는 그 요리사가 자신의 첫 번째 스승이었노라고 술회한다. 그와 생활하면서 학문과 문학의 세계에 눈뜨고, 책 읽기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노라고.

그러니까 위대한 작가 막심 고리키가 문학의 세계를 만난 것은 학교가 아니었다. 세상이었다. 한 권의 책에 담긴, 혹은 담겨야 마땅한 세계의 가치를 머리가 아닌 몸으로 먼저 체득한 것이다. 한 권의 책에는, 노동으로 지친 사람이 손에 들고 빠져들게 할 만한 무언가가 담겨 있어야 한다는 것도 느꼈을 것이다. 그것이 지식이든 성찰이든 흥미진진한 무엇이든. 보이저 1호가 태양계를 벗어나 고독하게 항해하며 경이로운 정보를 지구에 송신하듯이 말이다.

강태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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