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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만큼 인간에게 친숙한 곤충도 없다. 어릴 적 마을 앞 독봉산의 느티나무는 매미가 노래하는 곳이었다. 아침이면 동네 아이들 수십명이 그 나무를 에워쌌다. 그 나무엔 수백마리의 매미가 붙어 있었다. 매미를 서로 차지하겠다며 잠자리채를 휘두르는 아이, 나무를 오르다 쭈르륵 미끄러지는 아이…. 독봉산 느티나무는 동네 아이들의 놀이터이기도 했다.

이런 동심의 매미가 몇 해 전부터 도심에선 불청객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밤낮으로 울어대는 매미 소리를 무더위보다 더 귀찮은 ‘큰 손님’으로 여긴 탓이다. 하기야 섭씨 35도를 넘나드는 무더운 여름날에 수십마리의 매미가 동시에 여기저기서 울어대니 귀머거리가 아닌 이상 소음으로 생각하지 않을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곤충학자 장 앙리 파브르도 지적한 것처럼 한꺼번에 울어대는 매미 소리를 ‘아름다운 트럼펫’의 소리라며 아무리 예찬론을 펴도 그건 소음일 수밖에 없다.

주택가 소음이 60㏈이고, 귀에 거슬리는 확성기 소리가 80㏈인데, 저 건너 나무에서 들려오는 매미의 울음소리는 무려 85㏈을 웃돈다 하니 보통 사람으로선 수면 장애를 느낄 법하다. 열대야에 매미 울음소리. 그렇다고 매미에게 과태료를 부과해 막을 수도 없는 일이니 매미 퇴치운동은 어쩌면 당연하다.

물론 매미로 되기까지 숱한 고초를 겪는다 해도 그건 그들의 얘기일 뿐이다. 말매미는 유충 상태로 7년을 땅속에서 살고 15번 허물을 벗어 성충매미가 된다고 한다. 성충매미로 사는 한 달 동안 다른 매미보다 더 크고 우렁차게 울어 암컷을 찾으려는 절규이니 그 소리는 얼마나 클까.

그렇다고 매미를 불청객으로만 볼 일은 아니다. 진나라 시인 육운은 매미의 오덕을 노래했다. 머리 부분에 선비의 갓끈이 늘어져 있으니 문(文)이 있고, 이슬을 먹고 사니 맑음(淸)이 있다. 농부가 가꾼 곡식을 먹지 않으니 염치가 있고, 집이 없으니 검소하고, 제철에 오니 신의가 있다고 했다.

찜통 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전국적으로 매미 퇴치운동이 벌어지는 모양이다. 필자가 사는 아파트에도 엊그제 한바탕 소동이 있었다. 이러다 ‘매미 울음소리 들으며 뙤약볕에 살찐 옥수수 먹던 동심의 추억이 기억속에서 지워지는 것은 아닌지’…. 들어도 들어도 필자에겐 한여름의 노래소리로 들리는데.

옥영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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