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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미·러 간 신냉전 불붙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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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7-22 22:12:05 수정 : 2014-07-22 22: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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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적한 국제현안 해결에 도움 안돼
푸틴의 강성 외교, 전향적 변화 필요
17일 우크라이나 반군이 장악한 도네츠크주 상공을 날던 말레이시아 항공기가 지대공 미사일에 피격돼 탑승객 298명이 사망했다. 귀책 사유를 둘러싸고 러시아와 서방세계 간 공방이 계속되는 가운데 미국 등 서방세계는 반군에 미사일을 제공한 러시아를 겨냥해 결자해지를 촉구하면서 협조 불응시 보다 심각한 제재에 직면할 것임을 공개 경고하고 있다. 러시아도 평화협상 요구에 불응하면서 강경한 반군 소탕작전을 재개한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정부에 책임을 돌리고 있다.

이처럼 러·서방 간 치열한 책임 공방이 이어지면서 사상 최악의 민항기 피격사건을 계기로 신냉전이 불붙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1979년 12월 소련군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으로 10여년간 지속된 데탕트(긴장완화)가 쇠퇴하면서 냉전이 복귀되던 1983년 9월 발생한 소련군의 KAL기 격추사건이 냉전에 불을 붙였기 때문이다. 또 항공기 격추사건을 계기로 그동안 대러 제재에 적극적이지 않던 유럽연합(EU) 국가의 정책 변화가 예견되기 때문이다.

당시 레이건 행정부는 소련을 ‘악의 제국’으로 규정하면서 소련 몰락을 촉진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했다. 군사적으로 ‘스타워즈’로 불린 ‘전략적 방어구상(SDI)’을 추진해 소련의 군비지출을 부추겼다. 경제적으로 소련의 주요 외화 획득원이었던 에너지 수익을 줄이기 위해 오펙(석유수출국기구)을 동원한 저유가 정책을 추진했다. 또한 중동부 유럽의 민주화운동을 적극 지원하면서 소련을 외교적으로 고립시켰다.

레이건 행정부의 냉전 불붙이기 전략은 미하일 고르바초프 서기장의 정치·경제 개혁과 신사고 외교정책을 유도해 냈고, 이는 중동부 유럽의 탈공산화와 냉전질서의 붕괴를 가져왔다. 고르바초프 서기장과 조지 부시 대통령은 소연방이 붕괴되기도 전인 1989년 12월 지중해 몰타에서 ‘냉전 종식’을 선언했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부터 미국이 중동부 유럽으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확대를 추진함에 따라 미·러 간 ‘신냉전’이 서서히 시작됐다. 

고재남 국립외교원 교수·국제정치학
미·러 간 ‘냉평화’가 ‘신냉전’으로 변화된 것은 21세기 들어서다. 부시 행정부는 9·11 테러사태를 계기로 일방주의를 강화했고, 러시아의 반대와 국익을 무시하면서 이라크 침공, 나토 확대, 유럽 미사일방어(MD) 추진, 조지아와 우크라이나 시민혁명 지원과 친미 정권 수립 등과 같은 대외 정책을 추진했다. 푸틴 정부가 부시 행정부의 일방주의에 반기를 들기 시작한 것은 러시아가 강대국으로 재부상한 집권 2기(2004∼2008년)이다. 이때부터 푸틴 정부는 공세적, 독자적 외교정책을 추진하면서 중국과의 전략적 연대를 통해 미국의 일방주의를 견제하는 정책을 추진했다. 그 결과 국제 문제를 둘러싼 미·러 간 갈등과 대립이 심화되면서 ‘신냉전’이 회자되기 시작했다.

미·러 간 ‘신냉전’ 추세가 더욱 두드러지기 시작한 것은 2011년부터이다. 갈등을 빚던 미·러 양국은 2011년부터 시리아 사태, 미국의 러시아 국내정치 비판과 시위대 지원, 스노든 망명허용 등으로 정상회담을 취소하는 등 탈냉전기 최악의 관계가 됐다. 이런 와중에 발발한 우크라이나 사태는 양국 관계를 더욱 악화시켰다.

말레이시아 항공기 격추사건은 미·러 관계는 물론 러·EU 관계의 ‘게임 체인저’, 즉 판세를 바꾸는 중대사건이 될 가능성이 크다. 즉 친러 분리주의 세력을 직간접으로 지원하고 있는 푸틴 정부의 우크라이나 정책의 변화 여부에 따라 신냉전이 불붙을지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신냉전’은 북한·이란 핵 문제, 이라크·시리아 문제 등 산적한 국제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그리고 미국과는 군사동맹관계, 러시아와는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를 발전시키고 있는 한국의 국익에도 매우 부정적이다. 푸틴은 참사 진상 규명에 적극 협조하는 등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함은 물론이고 ‘신냉전 불붙이기’ 당사자인 러시아와 미국의 불 끄기 외교가 필요한 시점이다.

고재남 국립외교원 교수·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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