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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보고 반듯이 누운 채 얼굴 왼쪽으로 돌려져 있어
매실 수확이 시작될 무렵인 지난달 12일, 전남 순천시 서면 학구리 박윤석(77)씨는 동네 뒷산의 매실밭을 찾았다. 우거진 수풀을 제거하면서 밭 중간 정도 들어가자 천 가방과 벙거지 모자가 눈에 띄었다. 천 가방 주변의 수풀은 다른 곳과 달리 1∼2m 움푹 들어가 있었다.

그곳에는 변사체가 있었다. 변사체는 하늘을 보고 반듯이 누워 있었지만 얼굴은 왼쪽으로 돌려져 있었다. 겨울 점퍼를 입고 있었으며, 신발 두 짝은 옆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박씨는 유병언 청해진해운 회장의 시신을 발견한 지 40일이 지난 22일, 매실밭 현장에서 수풀이 누워 있는 곳을 가리키며 “저곳이 유 회장이 있었던 자리”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날도 수풀이 누워 있는 곳에는 유 회장의 하얀 머리카락과 피부, 뼛조각 등이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 취재진이 몰려오자 경찰은 황급히 경찰을 배치해 현장보존에 나섰다.

당시 시신 부근에는 흙이 묻은 명품 신발과 천 소재의 명품 가방이 있었다. 가방에는 다 먹은 소주 2병과 막걸리 1병, 러닝셔츠, 양말이 들어있었다. 구원파가 만든 스쿠알렌과 콩 등이 겨울 점퍼 주머니에서 발견됐다.

변사체 발견 당시 부패 정도에 대해 박씨는 “뼈만 앙상하게 보이는 백골 상태는 아니었다”며 “손이나 발 같은 곳의 피부는 부패되지 않고 온전해 보였다”고 말했다.

변사체 수습은 경찰의 전화를 받고 온 장례식장 직원들이 했다고 박씨는 기억했다. 박씨는 “변사체 수습 당시 목뼈가 부러져 있었다”며 “목뼈와 몸통이 완전히 분리된 것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박씨의 주장처럼 유 회장의 시신이 목과 몸통이 분리됐다면 자살보다는 타살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발견 당시 사진을 보면 목이 몸에 붙어 있는 상태였다”며 “시신의 부패가 워낙 심해 살점이 많지 않아 뼈만 남은 상황이어서 장례식장에 시신을 안치하는 과정에서 목이 떨어져 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 회장이 발견된 매실밭은 검찰이 급습할 때까지 은신했던 전남 순천시 송치재 별장에서 불과 2.3㎞ 떨어진 곳이다. 유 회장은 검찰이 들이닥치자 협조자 없이 혼자 손 가방 하나를 들고 1시간 이상 걸어서 산을 타고 이곳까지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순천=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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