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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유병언 허망한 죽음… 새 각오로 ‘세월호’ 파헤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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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7-22 22:22:44 수정 : 2014-07-22 22: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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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2일 전남 순천시 서면 야산의 매실밭 풀숲에서 백발이 성성한 남성의 변사체가 발견됐다. 검찰과 경찰에 쫓기던 세월호의 실소유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시신의 장본인으로 밝혀졌다고 한다. 우형호 전남 순천경찰서장은 어제 전격 직위해제되기에 앞서 기자회견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DNA 감정 결과를 21일 오후 8시쯤 경찰청으로부터 통보받은 뒤 세 번째 지문감식을 시도한 끝에 오른쪽 검지의 지문이 유씨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시신 확인 발표를 믿을 수도, 안 믿을 수도 없으니 여간 곤혹스럽지 않다. 검찰은 전날 “조직적 도피 행태를 보이고 있어 압박이 필요하다”면서 유효기간이 이례적으로 긴 6개월짜리 구속영장을 재발부받았다. “추적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유병언 검거는 시간문제”라고 큰소리도 쳤다. 반면 경찰은 유 전 회장이 5월 중 머물렀던 송치재 별장 인근 지역에서 발견된 변사체가 유씨일 것이란 합리적 의심을 아예 배제해 ‘유병언 수사’에 지체와 혼선을 초래했다. 그러면서 전담 경찰관 2600여명을 투입해 ‘은신처’를 수색하고 검문검색을 강화하는 소동을 빚었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해도 이토록 어둡다면 기가 찰 노릇이다. ‘검찰 물먹인 경찰’, ‘사자(死者) 뒤쫓은 검찰’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유병언 수사’는 처음부터 부실했고 지금도 부실하다. 검·경은 유씨의 장·차남에 대해서는 소재 파악도 못하고 있다. 유씨 추적에 헛되게 수사력을 집중한 탓이다. 시중엔 음모론이 무성하다. ‘못 잡는 것이 아니라 안 잡는 것’ 따위의 음모론이다. 시신 확인 발표로 음모론이 자취를 감추기는커녕 외려 더 커지지 않을지 걱정이다. 검·경은 더 이상 부실 수사로 음모론의 화로에 기름을 끼얹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가장 급한 것은 유씨의 사인을 명확히 밝히는 일이다. 관련 인물과 증거 자료를 원점에서 다시 조사 분석하고, 유씨의 마지막 동선을 정확히 밝혀내야 한다. 단순한 자연사라고는 보기 힘든 정황도 곳곳에서 발견된다. 사자는 말이 없다고 하지만 최첨단 법의학은 침묵하는 시신에서 수많은 진술을 끌어내는 법이다. 국민의 의혹을 말끔히 해소해야 한다.

유씨는 산 채로 검거됐어야 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는 유씨의 뒷배는 과연 누가 봐 줬는지 명명백백히 밝혀 책임을 추궁해야 했기 때문이다. 변시체의 신분이 확실하다면 검·경은 이제 자력으로 국민이 요구하는 배후 규명의 숙제를 풀어야 할 입장이다. 전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유씨 측의 배상 책임을 묻는 과제도 등한시해선 안 된다. 검찰은 21일 중간수사 결과 발표를 통해 139명을 구속하고, 1054억원의 유씨 일가 차명재산을 동결하고 실명재산 648억원을 가압류했다고 설명했다. 유씨 사망으로 모든 것이 엉클어지게 생겼다. 원점에서 사고·배상 책임을 물을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국민 눈높이에 맞는 면밀한 후속 대응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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