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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바닷속에 10명이…세월에 잊혀질까 두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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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7-23 19:04:59 수정 : 2014-07-24 07:3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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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100일, 끝나지 않은 비극] (하) 팽목항선 오늘도 ‘기다림과의 사투’
“하염없이 기다릴 뿐입니다.”

빈 곳이 늘어난 진도실내체육관을 바라보며 권모(5)양 큰아버지 권오복씨가 한숨을 쉬며 내뱉은 말이다. 벌써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24일로 100일을 맞는다. 아직도 바닷속에 남아 있는 10명의 실종자를 기다리는 가족들의 마음은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사무치는 그리움 세월호 침몰 참사 100일째를 하루 앞둔 23일 오후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에 실종자 10명의 이름이 적힌 노란 깃발이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진도=연합뉴스
권씨를 비롯해 남은 실종자 가족들은 생업도 포기한 채 진도체육관 바닥에서 ‘기다림과의 사투’를 이어가고 있다. 권씨는 23일 “세월호 참사에 대한 언론 등 국민적 관심이 식어가는 현실이 두렵다”며 “우리 조카뿐 아니라 다른 실종자 유족들에게도 관심 좀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권양은 침몰 당시 승객들에게 구조됐지만 어머니는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고, 아버지와 오빠(6)는 여전히 실종 상태다.

실종자 가족들은 최근 수색방식이 바뀌면서 지난 18일 실종자 한 명이 수습되자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이들은 전날 십시일반 정성을 모아 닭 강정 5박스를 챙겨 수색 현장 잠수사들을 찾았다. 잠수사들은 “고맙습니다. 내 아들, 딸, 가족을 찾는다는 심정으로 수색작업에 최선을 다 하겠다”고 화답했다.

민·관·군 합동구조팀은 지난 10일부터 잠수방식을 ‘표면공기 공급’ 방식에서 ‘나이트록스’ 방식으로 바꿔 수색을 재개했다. 사고 초기부터 구조 및 수색작업을 주도했던 민간 잠수업체 언딘에서 88 수중개발로 업체가 변경되면서 잠수방식도 바뀌게 됐다. 언딘의 ‘표면공기 공급’ 방식은 1회 잠수 시 30분가량 수색할 수 있지만, ‘나이트록스’ 방식은 잠수사들이 공기통을 메고 수중 수색작업을 하는 방식으로 1시간까지 수색 시간이 늘어나 유가족에게 기대감을 안겼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100일을 맞으면서 팽목항과 진도체육관을 가득 메웠던 천막은 하나둘씩 사라져 갔고, 자원봉사자들도 눈에 띄게 줄었다. 유일하게 변치 않은 것은 실종자 가족들의 일상이다. 매일 배를 타고 현장에 나가 수색 상황을 점검하고 수색 브리핑을 듣는 생활이 되풀이되고 있다. 일주일에 두 번씩 수색 구조를 위한 장비 기술 TF(태스크포스)회의에도 꼬박꼬박 참석하고 있다. 그리고 밤이 되면 링거를 맞으며 내일을 버텨낼 준비를 한다. 

세월호 참사 발생 99일째인 23일 오전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시민, 학생 대열이 안산단원고교 앞을 지나가고 있다. 희생자, 실종자, 생존자 가족 대책위와 시민, 사회단체 회원들은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에 있는 정부 공식 합동분향소를 출발해 서울로 향했다.
안산=이재문 기자
세월호 참사 자원봉사를 총괄하고 있는 장길환(51)씨는 “체육관에 남아 있는 실종자 유가족들은 매일 두려움과 싸우고 있다”며 “실종자 가족들끼리는 내색은 못 하지만 진도에 마지막까지 남는 사람이 내가 될지 모른다는 공포와 불안감이 크다”고 말했다.

“딸 집에 가자. 사랑해. 미안하다”, “아가야 아빠랑 얼른 나와”, “○○ 아빠 차디찬 바닷속에서 빨리 나오세요. 간절히 기도합니다. -당신의 아내-” 오늘도 팽목항에는 가족들의 간절한 소망이 담긴 메모가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멀리서 희생자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승려의 목탁 소리와 누군가의 이름을 애달프게 부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진도=한승하 기자 hsh6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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