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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속 석회조류 다닥다닥…마을어장 3분의 1 황폐

관련이슈 '녹색별' 지구를 살리자

입력 : 2014-07-23 21:24:58 수정 : 2014-07-23 22:4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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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별’ 지구를 살리자] ① 대한민국 기후변화 1번지 제주(상)
지난 14일 제주도 화북 앞바다에 잠수해 들어갔던 해양수산연구원의 고용덕 조사원이 1시간 만에 모터보트로 올라왔다. 그가 수중카메라에 담아온 것은 하얗게 변해 버린 바닷속 모습이었다. 우리말로 ‘갯녹음’이라고 불리는 백화현상이다. 백화현상은 해조류가 사라지고 대신 하얀 무절석회조류가 바위에 잔뜩 달라붙는 것을 말한다. 탄산칼슘이 주성분인 무절석회조류는 수산생물에게는 먹이 가치가 없다. 또 해초가 없어지면 물고기가 산란할 장소가 마땅치 않아 결국 어장은 망가진다. 제주 마을어장의 3분의 1이 이미 백화어장으로 변했다.

30년째 해조류를 점검하고 있는 고 조사원은 “처음에 비해 해조류가 엄청나게 줄어들었다”면서 “인간의 (바다)공간 침범이 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기후 변화로 인한 수온 상승에다 항만 개발 등으로 물이 흐르지 않는 곳이 많아지면서 수온 상승을 더욱 부추긴다는 설명이다.

15일 오전 내내 통제됐다 오후 2시 넘어 개방된 제주도 서귀포시 용머리 해안 탐방로를 관광객들이 걸어가고 있다.
인간이 일으키는 오염도 한몫한다. 고 조사원은 “바닷속에서 해조류를 만지면 뿌옇게 앉아 있던 부유물이 푸욱 일어난다”면서 “양식업이 늘어나면서 대량으로 뿌린 인공사료가 바다로 흘러가 생기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공적으로 바다숲 조성사업을 하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수준이라고 잘라말했다.

해양수산연구원은 기후 변화로 마을어장 속 해산식물이나 수산동물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주기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이날 조사원들이 주로 채취한 것은 소라였다. 흔한 소라 역시 기후 변화의 역풍을 맞고 있다. 수온이 올라가면서 산란기가 6∼9월에서 5∼10월로 길어졌다. 산란 기간이 길어질수록 교미하기 어려워 수확량이 줄어든다. 3000t 이상 잡히던 소라가 지난해에는 1300t밖에 잡히지 않았다. 소라의 평균 크기도 점점 작아지고 있다.

용머리 해안 탐방로가 해수면 상승으로 점차 잠기자 탐방로 확보를 위해 인공적으로 놓은 다리를 관광객들이 지나가고 있다.
1984년부터 제주 해양생태계를 조사하고 있는 현재민 환경자원연구팀장은 “최근 10년 사이에 급격히 종이 줄어들고 열성화되고 있다”면서 “육상식물로 치면 병충해 같은 열악한 환경이 닥치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는 불안정한 상태”라고 경고했다.

국립수산과학원에 의하면 제주 바다 온도는 1924∼2009년 85년 동안 1.94도 상승했다. 해양생태계는 수온에 매우 민감해 1도만 올라도 육상생태계의 5∼10도 변화에 맞먹는다.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필리핀 등지에서만 보이던 맹독성 부레관해파리가 여름철 제주 연안에 출몰하고 있다. 녹색열말미잘류 같은 쓸모없는 아열대성 생물이 제주 전역으로 확산하고, 아열대성 어종은 지난해 제주 출현 어종의 절반을 넘어섰다. 오분작 뚝배기로 유명한 제주 특산 오분자기(전복과)는 이제 제주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제주 용머리 해안 해수면은 1970년에 비해 38년 만에 22.6㎝ 상승했고, 2100년에는 1m 넘게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용머리 해안 기후변화홍보관 제공
뜨거워진 제주 바다는 잔뜩 부풀어올라 해수면 상승으로 연결된다. 제주도의 연간 해수면 상승은 6.1㎜로 전 세계 연간 상승 1.8㎜의 3.4배나 된다.

탐방로가 바닷물에 잠기는 날이 많아진 서귀포 용머리 해안은 지난해의 경우 부분 통제되는 날까지 포함해서 200일 가까이 출입이 통제됐다. 15일 용머리 해안을 찾았을 때 만난 81세 ‘해녀할망’은 여기저기 탐방로 확보를 위해 놓은 다리를 가리키며 “옛날에는 여기가 하나도 안 잠경 다리도 안 놓고 다녀신디 지금은 다리까정 잠겸서마씀(잠겨)”이라고 말했다.

바다의 수온이 올라가면서 제주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는 녹색열말미잘.
제주도 해양수산연구원 제공
해조류가 사라지고 대신 하얀 무절석회조류가 암반에 잔뜩 달라붙은 백화현상을 수중카메라로 촬영한 사진.
제주도 해양수산연구원 제공
그러나 우리나라가 기후 변화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불과 몇 년 되지 않았다. 기후 변화 초기의 모습은 이처럼 구전될 뿐 정확한 데이터나 사진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

현재민 팀장은 “개발과 보전의 균형이 깨져 바다가 수용할 수 있는 한계선을 넘어버렸다”면서 “기후 변화를 자연의 변화로 치부하고 그냥 내버려둘 것이 아니라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윤지희 기자 phh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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