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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으로 ‘강원도 명승 유람’ 떠나볼까

입력 : 2014-07-23 21:35:55 수정 : 2014-07-23 21:3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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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민속박물관 ‘강원별곡’ 특별전
정철(鄭澈·1536∼1593)은 강원도의 풍경을 일러 “조물주가 야단스럽게 빚어낸 곳, 신선들이 노니는 선경(仙境)”이라고 노래했다.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뭇사람들의 잦은 강원도 유람은 그의 찬사가 혼자만의 유별난 취미는 아니라는 걸 증명한다. 국립민속박물관이 강원도의 명승을 읊고, 묘사한 글과 그림을 모아 특별전을 열었다. 정철의 ‘관동별곡’에서 힌트를 얻어 ‘강원별곡’이라고 이름 붙였다. 강원도의 민속문화를 엿볼 수 있는 자료들도 꽤 만날 수 있다.


강원도의 아름다움에 취한 이들은 ‘관동팔경’을 꼽아 글로 노래하고, 그림으로 표현했다. 8곳의 명승이 어디인가는 사람에 따라 조금씩 달랐는데, 경포대와 죽서루, 총석정은 공통적으로 꼽히는 곳이었다. 사진은 민화풍으로 표현된 죽서루 그림.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산을 터전 삼은 소박함을 만나다

강원도 유람에 나선 여행자의 걸음은 높고 우람한 산고개를 넘어가는 것에서 시작했고, 그 속에서 삶을 일구는 사람들의 자취를 만나는 건 정해진 여정의 하나였다.

전시회는 대관령의 서쪽, 즉 영서 지역의 산촌에 터 잡은 사람들의 살림살이를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안방에 놓여 옷을 보관하는 용도로 쓰였던 채농은 싸리나무로 골격을 짜고 종이를 발라 마감했다. 묵이 올챙이를 닮아 ‘올창묵’(올챙이묵)이라 불리는 여름 별미를 만드는 데 사용한 틀도 전시했다. 궤와 싸리장, 막국수틀 등 강원도 사람들의 손때가 묻은 전시품이 보여주는 정서는 투박하지만 소박하다.

대관령을 넘어 도착한 강릉에서는 ‘단오제’를 빼놓을 수 없다. 유네스코 지정의 ‘인류구전 및 무형유산’인 강릉 단오제의 신명 나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사진자료와 영상이 관람객을 맞는다.

단오굿과 더불어 단오제의 상징으로 꼽히는 ‘관노가면극’은 등장 인물들이 말을 하지 않고 춤과 동작으로 무대를 꾸미는 유일한 가면극이다. 우리나라의 가면극이 대체로 양반에 대한 신랄한 풍자나 저항 의식을 드러낸 것과 달리 양반과 소매각시의 사랑과 질투, 화해를 주제로 흥겨움을 전하는 것도 유별나다.

◆관동 땅의 아름다움에 빠지다

본격적인 명승 유람은 전시회의 3부에 담았다. 조선시대 유람문학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정철의 관동별곡 1687년본이 전시장 한 편을 차지했고, 옆으로 관동팔경을 묘사한 그림들이 줄지어 섰다.

관동팔경에 속하는 8곳의 명승은 그것을 꼽는 작가나 화가에 따라 조금씩 달랐다고 한다.

박물관 김창일 학예연구사는 “총석정, 경포대, 죽서루 3곳은 공통적으로 팔경에 들었지만 나머지는 조금씩 달랐다”고 설명했다. 전시된 그림에는 삼일포, 월송정, 망양정 등이 묘사돼 있다.

금강산 그림들을 만나면 관람객들은 눈 호강에 즐거워지지 않을까 싶다. 금강산하면 쉽게 정선의 그림을 떠올리게 되지만 그 옛날에도 최고의 관광지였던 금강산을 소재로 한 작품은 많았다.

정수영의 ‘해산첩’(海山帖)에 실린 ‘금강전도’는 가을을 맞은 금강산의 풍경을 담았다. 화면 아래쪽에 세 명은 1797년 함께 유람에 나섰던 정수영, 그의 친구 여춘영과 시종이 아닌가 싶은데, 고갯마루에 자리 잡고 금강산을 바라보는 모습이 정겹기 그지없다. 관광안내도 역할도 했다는 10폭 병풍의 금강산도는 웅장함이 선연하고, 금강산을 표현한 벼루, 연적 등이 금강산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고 있다.

금강산에 깃든 불교적 정서를 표현하기 위해 전시했다는 나한상은 ‘사랑스럽다’는 말로밖에 표현이 안 되는 유물이다.

불교에서 나한은 일체의 번뇌를 끊고 최고의 깨달음을 얻은 성자. 조각상 세 점이 보여주는 순박한 미소와 표정은 성자란 결국 어린아이의 순수함을 획득한 사람을 일컫는 게 아닌가 싶어진다. 어린아이를 둔 부모가 나한상의 미소를 대하면 해맑은 미소를 짓는 자식의 얼굴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이 나한상은 영월의 창령사 터에서 발굴됐다.

강원민속문화의 해를 기념한 이번 전시회는 9월10일까지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리고, 9월30일부터는 국립춘천박물관으로 옮긴다. 무료. (02)3704-3114.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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