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세계포럼] 비극의 땅 ‘가자’

관련이슈 세계포럼-원재연

입력 : 2014-07-23 22:02:43 수정 : 2014-07-23 22:08:51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지정학적 원인으로 끝없는 분쟁 시달려
이스라엘의 민간인 살상에도 해법 난망
구약성서의 삼손 고사가 나오는 4000년 고도(古都) 가자(GAZA)는 비극의 땅이다. 가자는 아랍어로 ‘강한 곳’이란 뜻이지만 실제론 그렇지 못했다. 험난한 역사의 길을 걸었다. 수천년 동안 여러 나라와 민족으로 주인이 숱하게 바뀌었다. 그동안 가자 땅을 거쳐간 국가를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다. 가나안족에서 시작해 이집트, 그리스, 로마, 아랍, 오스만투르크, 영국, 이스라엘 그리고 오늘날 팔레스타인까지.

원재연 논설위원
가자의 통치권이 자주 바뀐 건 위치 탓이다. 가자는 이집트와 이스라엘의 접경 지역인 데다 지중해와 맞닿아 있는 해상 무역과 교통 요지다. 주변국들이 눈독을 들이는 건 당연한 일이다. 분쟁이 끊임없이 이어진 이유다. 가자는 1948년 1차 중동전쟁에서 이스라엘군과 이집트군의 격전지가 됐고 이듬해 양국 휴전협정에 따라 이집트에 편입됐다. 이후 이스라엘과 이집트가 번갈아 지배하다 1967년 3차 중동전쟁 결과로 이스라엘 수중에 넘어갔다.

1993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이스라엘과 ‘오슬로 협정’을 맺으면서 평화의 전기가 마련됐다.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에 적대적 행위를 포기하는 대가로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를 얻었다. 가자를 중심으로 한 지중해변 50㎞의 좁은 띠 모양의 지역이 가자지구다. 서울 면적의 약 60% 크기다.

오슬로협정 이후에도 가자지구의 현실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이스라엘은 유대인 정착민 보호를 명분으로 가자지구에 대규모 병력을 주둔시켰고, 2005년 철군 후에도 가자지구로 통하는 통로를 장악했다. 사실상 이스라엘의 영향 아래 있었던 셈이다. 하마스가 2006년 총선에서 집권한 뒤에는 이스라엘과의 관계가 나빠졌다. 테러와 침공, 유혈 보복전이 그치지 않았다. 2009년에는 하마스와 이스라엘 사이에 보복 전쟁이 벌어져 1300여명이 사망하고 19억달러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가자지구가 또다시 피로 얼룩지고 있다. 이스라엘 10대 소년 납치 살해와 팔레스타인 소년이 불에 타 죽는 보복성 살해에서 비롯된 대규모 무력 충돌이 2주 넘게 계속되고 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공습에 이어 지상군 투입이라는 강수를 두면서 팔레스타인 사망자가 600명을 넘어섰다. 희생자 대부분이 민간인이고 어린이만 100명에 이른다고 한다. 수천명의 부상자와 10만명이 넘는 난민도 발생했다. 이스라엘 측 피해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이번 사태는 말이 좋아 무력 충돌이지 이스라엘의 일방적인 학살이라고 해야 할 상황이다. 소총과 재래식 로켓이 전부인 하마스는 온갖 첨단 무기로 무장한 이스라엘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영국 가디언이 ‘마이크 타이슨이 갓난아기를 패는 격’이라고 지적한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스라엘은 공중에서 터지면 화살탄 수천개가 일시에 흩뿌려지는 대량살상무기 ‘강철 화살탄’까지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150만명의 주민이 사는 가자지구는 ‘거대한 수용소’나 마찬가지인 상황이어서 피해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미국 등 국제사회가 움직이고 있으나 영 신통치가 않다. 이스라엘의 공습 중단을 이끌어내라는 요구가 높지만 미국과 유엔 등 서방은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에 교전을 중단하라거나 휴전 합의로 돌아가라는 선언적 수준에 그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이 텔아비브행 노선 항공기 운항을 중단하면서 압박 수위를 높이고는 있지만 이스라엘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이번 사태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오랜 증오와 갈등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확전은 막아야 한다. 가자지구의 비극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빠질 수 있다. 무고한 팔레스타인 여성과 어린이들의 희생도 커질 게 분명하다. 하지만 미국 등 서방이 이스라엘을 제지할 강력한 의지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끝없는 전쟁의 땅 가자의 비극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원재연 논설위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