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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9월30일 중고차 시장에 갔다가 걸어서 가자지구 집으로 돌아가던 도중 팔레스타인 시위대와 이스라엘 진압군 대치 현장 한가운데에 갇힌 팔레스타인 12살 소년 라미 자말 알두라와 아버지 자말 알두라. 콘크리트 벽에 기대 쭈그려 앉은 아버지는 아이를 끌어안고 “쏘지 말라”고 절규했다. 잠시 후 아버지와 아들은 ‘짚단처럼’ 쓰러졌다. 아이는 배에 총을 맞아 그 자리에서 숨졌고, 아버지는 팔다리와 몸에 총상을 입고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이 장면이 마침 부근에 있던 프랑스 TV의 카메라에 잡혀 전 세계에 방영됐다. “세상에서 인간이 목격할 수 있는 가장 추악한 장면”이라던 이 모습을 일본 기업 캐논이 패러디해 광고를 찍었다가 욕을 바가지로 먹었다. ‘나쁜 광고’다.

‘나쁜 사진’도 있다. 이스라엘 저격수가 팔레스타인 소년을 정조준, 저격용 총의 조준 십자선 안에 등을 보이고 있는 소년이 포착된 사진이다. 인터넷에 공개돼 아랍권은 물론 이스라엘 안에서도 한바탕 난리가 벌어졌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가자지구에 가둬놓고 무자비한 살육을 서슴지 않는 이스라엘의 추한 몰골이 담겨 있다.

공정무역(fair trade)의 개념을 본떠 이름붙인 공정여행(Fair Travel). 유럽 시민단체가 1980년대에 여행객의 책임과 윤리적 행동을 요구하는 캠페인을 시작하면서 확산됐다. 공정여행 행동지침 가운데 ‘동물을 학대하는 투어나 공연을 하지 않기’가 있다. 억지로 이빨이 뽑힌 호랑이나 사자 등과 기념촬영을 하는 것은 동물 학대를 부추기는 꼴이다.

김태호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헬기 추락 사고로 순직한 강원도 소방본부 항공구조대원들의 영결식장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세월호 침몰 현장 사고상황실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려던 안전행정부 고위 간부나 경남 밀양 송전탑 반대 농성장에서 기념사진을 찍은 여자 경찰들이나 철딱서니 없기는 매한가지다.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이라는 김 최고위원의 사과가 더 가관이다. 장례식장에서 입 벌리고 사진 찍지 않는 일이 여러 가지로 주의 깊게 생각해야 할 만큼 어려운 일인가. 공성진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천안함 실종자 수색작업 도중 순직한 한주호 준위의 빈소에서 일행 10여명과 기념촬영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명진 스님은 “귀싸대기를 한 대 치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이런 못된 버릇 고치려면 귀싸대기 한 대 갖고는 어림도 없다.

김기홍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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